밤일 멈추시오! vs 매운 손맛 볼텨?… 추석극장가 코미디대결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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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코미디의 승자는 어떤 영화일까. 최대 열흘에 이르는 추석 연휴의 ‘대박’을 노리는 코미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1편 ‘가문의 영광’(520만 명), 2편 ‘가문의 위기’(570만 명)의 성공으로 한국 코미디에서 확실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 ‘가문 시리즈’의 3편 ‘가문의 부활’(21일 개봉·15세 이상)은 조폭 얘기에 섹스와 액션을 섞은 코미디. ‘잘살아보세’(28일 개봉·12세 이상)는 저출산 시대인 지금, 산아제한이 이뤄졌던 1970년대를 풍자하는 복고풍 휴먼 코미디다.》

■ 잘살아보세

1970년대. 정부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산아제한에 나서고 가족계획 요원이 전국에 파견된다. 출산율 1위의 충청도 산골 용두리에는 박현주(김정은) 요원이 오지만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 현주는 변석구(이범수)를 설득해 동참하게 하고 그를 마을 이장으로 만든다. 둘은 시찰을 나온 박정희 대통령과 용두리 출산율을 0%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고 마을 주민의 ‘밤일’ 관리에 나선다.

전반부는 확실한 코미디. 김정은이 “아저씨 ‘거기’에 입히시면 됩니다”라며 진지하게 콘돔의 사용법을 설명하는 것, 김정은의 말을 용두리 식으로 통역해 주는 이범수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도 그렇고 피임에 무지해 콘돔을 뒤집어쓰고 남편이 피임약을 먹는 산골 주민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따뜻하게 웃겨 준다.

끝까지 보면 코미디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점점 맹목적으로 변해가고, 부자가 된다는 말에 정관수술을 하는 등 불과 30여 년 전인데 현재와 너무 다른 모습들은 시대적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가족계획이 풍요는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행복은 잘 모르겠다”는 대사는 지금에도 적용된다.

전반부의 코믹에 이어지는 후반부의 드라마는 의미는 있지만 나름의 반전으로 준비한 듯한 설정이 황당하다.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런 것일까. 그래도 최소한 말장난으로 웃기지는 않는다.

■ 가문의 부활

전남 여수의 ‘조폭’ 가문 백호파가 손을 씻고 김치사업에 뛰어든다. 어머니 홍덕자(김수미) 회장의 손맛 덕분에 사업은 날로 번창하지만 큰아들 인재(신현준)와 얽혀 있던 전직 검사 봉명필(공형진)은 석방되면서 이 가문을 위기에 빠뜨리려는 음모를 꾸민다. 여기에 바람둥이 둘째아들 석재(탁재훈)가 딱 걸려든다.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은 이 가문. 부활할 수 있을까.

‘가문의 부활’은 전편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계승하고 있다. 웃음의 주요 코드는 여전히 조폭 가문의 무식함. 전편에서 ‘오렌지가 영어로 델몬트’라고 했듯 이번에도 “주식(株式)이 다 뭐다냐. 우린 주식이 밥인디” 하는 단순무식 개그가 말만 바뀌어 재현된다. 섹스나 성기에 대한 민망 개그도 빠지지 않고.

이번에는 탁재훈이 부각됐다. 그의 코믹 베드신과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김수미의 카리스마와 개인기도 여전한데 특히 홈쇼핑 장면이 압권이다. 가문의 과거를 들춰 내는 회상 장면이 많은 것이 특징. 3시간 40분 분량을 찍어 2시간 안 되게 편집했다는데 여전히 필요 없는 에피소드가 많다. 언론과 평단에서는 혹평을 듣겠지만 많은 관객은 또 탁재훈의 왕자표 크레파스 머리(각 잡힌 사각 단발)만 봐도 포복절도할 것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비우고 웃든지, 안 웃기면 할 수 없고.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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