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추억을 찾아서]사라진 극장앞 줄서기-암표상

  • 입력 2005년 4월 19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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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들은 멀티플렉스가 되어서 개봉관도 여러 개로 늘어나고, 또 예매 문화가 자리 잡아 인터넷 예매에, 무인발권기 등 굳이 줄을 서지 않더라도 보고 싶은 영화의 입장권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입장권을 끊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단관 개봉 시절에는 인기 있는 영화의 입장권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했고 한 번 줄을 서면 한두 시간은 기본이었다. 줄을 따라 암표상들도 맴돌고, 장사치들도 바글거려서 극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줄을 서시오!”라는 외침도 적잖이 들려오곤 했던 것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 3가에는 지금도 그렇듯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단성사와 피카디리 극장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피카디리는 종로 2가 쪽으로, 단성사는 종로 4가 쪽으로 관객 행렬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1983년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람보’ 개봉 날에는 입장권을 먼저 사려는 관객들이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오전 3∼4시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라면을 끓여 먹거나 새우잠을 자며 기다리는 관객들도 있어 일간지 사회면에 기사화 될 정도로 화제였다.

영화인들은 관객들이 줄 선 길이를 보고는 최종 관객 수 맞히기 내기를 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서면 몇 만,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몇 만 식으로 최종 관객 수를 예상하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예상 관객 수가 십중팔구 딱 들어맞곤 했다.

이제는 극장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사라져서 아쉬운 것도 있고 더욱 좋아진 것도 있다. 그동안 영화계의 지난 추억을 찾아가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그래도 여전히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이 변함없다는 것,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욱 많이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관객들을 위해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재다짐의 기회였다고 말하고 싶다. -끝-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uni1107@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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