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 포함한 지상파 외주채널公社 추진 논란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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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외주 채널’ TV가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정부 출자의 ‘지상파 공사’로 구체화하면서 KBS 2TV나 MBC TV 같은 ‘공영 형태의 상업 채널’이 하나 더 생기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문화부는 또 외주 채널에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어서 ‘친정부 여론 조성용’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16일 강태완(姜泰完)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문화부의 의뢰를 받아 공동 연구해 제출한 ‘외주전문채널 설립방안연구’에서 밝혀졌다.

외주 채널은 독립 제작사의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채널로, 문화부는 독립제작사 지원을 명분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외주 채널 공사는 제2의 KBS 2TV’=강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독립적인 위상과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럴 경우 KBS MBC EBS에 이어 특별법에 의한 공영방송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주 채널의 설립 비용은 시설비를 포함해 493억8200만원으로 추산되며 전액 정부가 부담한다. 연간 프로그램 제작 및 구입비 716억5600만원과 연간 운영비 75억원은 광고수입으로 충당한다.

김동욱(金東旭·방송정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KBS는 국가 기간 방송이고 EBS는 교육을 목적으로 한 채널로 공사 형태가 바람직하나 독립제작사 지원이라는 목적으로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조은기(趙殷基)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외주채널을 공사화하면 KBS 2TV와 차별성을 갖기 어렵고, 운영 재원을 광고수입에 의존하면 방송 공익성이라는 당초 취지와 멀어진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지상파 독과점 해소를 위해서라면 민영방송을 확대하는 정책이 더 낫다”고 제안했다.

▽시사 프로그램 포함 논란=문화부는 당초 외주 채널에 보도 기능을 포함시키려 했으나 “친정부적인 지상파를 도모한다”는 비판이 일자 4월 말 “보도 프로그램은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교수팀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시사 프로그램 편성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출자한 방송사가 넓은 의미에서 보도와 다름없는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은 “독립제작사를 지원하려면 방송사의 외주 편성 비율을 높이고 지상파와 외주제작사의 불평등계약을 개선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며 “보고서대로라면 시청률 경쟁이 불가피하고 뉴미디어와 인쇄매체의 광고시장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문화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강 교수의 보고서는 참조용일 뿐으로 이달 말 자문위원회에서 보고서를 검토한 뒤 내년 초 외주 채널 설립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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