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지방영화'가 뜬다?

  • 입력 2004년 3월 23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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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조재현 주연의 '목포는 항구다'의 개봉을 앞두고 평단에선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뻔한 조폭 코미디"라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21일까지 전국 165만 명을 끌어들이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목포는…'의 이런 성공은 '지방 관객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이 영화의 제작사인 기획시대의 분석. 이 영화는 서울과 지방 관객이 '1대 4'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한 영화의 통상적인 서울과 지방 관객의 비율인 '1대 2'와 비교할 때 지방 관객이 크게 몰렸음을 보여주는 수치.

영화계에서는 서울과 지방에 따라 관객 선호도가 확연히 다른, 이른바 '서울영화'와 '지방영화'가 엄존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목포는…'과 같은 날 개봉했던 김하늘 강동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개봉 후 2주간 '목포는…'을 누르고 선전하다가 결국 '지방 파워'에 눌려 3주째부터 이 영화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영화 제작·배급사들은 '서울형이냐 지방형이냐'를 판단해 주도면밀한 '분리 마케팅' 전략을 펴기도 한다. '목포는…'이 지방색을 강조하는 제목을 단 것도 지방관객을 파고든다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였다. 이 영화 제작사는 '대구 출신 감독(김지훈 감독)이 목포에서 찍은 영화'임을 강조하면서 대구와 목포 지역의 단체관람을 유도했다. 주연배우들은 지방극장 무대 인사를 20회 이상 쫓아다녔다.

지방극장에선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코미디와 액션 장르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다소 '간접적'으로 다가오는 스릴러나 판타지는 지방보다는 서울관객에 상대적으로 더 통한다고 한다.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영화 '빅 피쉬'(5일 개봉)는 지난 주말동안 전국에서 2만 명이 관람했는데, 이중 지방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6000명이었다.

서울-지방 분리 마케팅 전략에 따라, 영화 포스터가 지역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4월 9일 개봉하는 '바람의 전설'의 경우 서울용 포스터는 주연배우 이성재 박솔미가 댄스 앙상블을 이루는 전체적인 곡선을 강조했음(사진 왼쪽)에 반해, 지방용(오른쪽)은 배우들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클로즈업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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