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돌발영상' '노컷뉴스'…뉴스도 일단 재미있게?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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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7일 국회법사위

특검법안에 등장하는 이영로씨의 직함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한바탕 설전을 벌인다. ‘노 대통령의 부산지역 후원회장인’ ‘후원회장 역할을 한’ ‘후원회장 역할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노 대통령의 고교선배인…’이라고 설전을 벌이는 의원들을 보며 강금실 법무장관이 웃으면서 옆 사람과 소곤거린다. “코미디야, 코미디”. (YTN ‘돌발영상’·CBS ‘노컷뉴스’)

# 11월20일 국회 대정부 질문

방송뉴스의 형식파괴가 잇따르고 있다. 위부터 YTN 돌발영상 ‘강금실을 웃겨라’ 편, 탤런트 견미리가 진행하는 ‘KBS 뉴스8’의 견미리의 여성파워, 편한 말투로 화제를 낳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

박원홍 한나라당 의원이 연단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냈다. 조부영 국회부의장이 “국회법상 노트북 컴퓨터는 반입할 수 없다”고 제지하자, 박 의원은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일 때 흉기로 사용할까 봐 노트북을 가져오지 못하게 했다”고 항의한다. 조 부의장이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하자 박 의원은 꺼진 마이크에 대고 한 마디. “(이렇게 되면) 보수 꼴통 국회가 됩니다.” (YTN ‘돌발영상’)

최근 방송사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 형식 파괴 바람이 일고 있다. 편집되지 않은 ‘돌발영상’ 뉴스가 방영되는가 하면 연예인이 리포터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하는 등 새로운 스타일의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 잘리지 않은 뉴스

YTN의 ‘돌발영상’은 정규 뉴스에서 소화하지 못했던 뉴스 동영상 중에서 찾아낸 화면으로 ‘뉴스 뒤의 뉴스’를 보도하는 코너. 조희욱 자민련 의원이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게 “이 양가아저씨야”(성적이 양, 가가 많다는 뜻)라고 소리치는 장면,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이 김두관 당시 행자부 장관을 두고 ‘이장출신 주제에…’라고 하는 발언 등 기존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노종면 PD는 “영상취재 기자들이 찍어오는 원본테이프는 10분의 1도 기사화되지 않는 데 이를 3∼4시간씩 돌려보며 생생한 뉴스를 찾는다”고 말했다.

YTN ‘돌발영상’의 스타일은 지상파 방송사로도 이어졌다. KBS뉴스도 최근 아침뉴스인 ‘뉴스광장’과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각각 ‘영상포착 이 장면’과 ‘현장포착’이란 코너를 만들어 ‘뉴스 뒤의 뉴스’ 동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KBS ‘뉴스광장’의 홍지명 부장은 “카메라에 잡힌 그대로의 뉴스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코너를 마련했다”며 “기존 뉴스의 딱딱한 포맷에 변화를 주자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MBC도 6일 인터넷 뉴스사이트 ‘iMnews’(imnews.co.kr)를 오픈해 정규 뉴스에서 편집돼 불방된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고, CBS는 3일 인터넷 뉴스인 ‘노컷 뉴스’(nocutnews.co.kr)를 오픈했다. 이 곳에서는 기사화되기 전 현장기자들이 데스크에 올리는 ‘정보보고’를 실시간으로 올리고, 9명의 VJ ‘뉴스헬퍼’와 기자가 함께 현장을 누비며 제작한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 연성화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최일구 앵커는 16일 방송에서 ‘했습니다’ 대신 ‘했어요’ 어투를 사용했다. 이날 ‘카메라 출동’ 코너 ‘공무원 야근비 챙기기-두 번 퇴근, 왜?’라는 뉴스에서 최 앵커는 “정부 과천청사의 일부 공무원들이 일단 퇴근을 했다가 늦은 밤에 다시 청사로 돌아와서 두 번째 퇴근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등 종래 엄숙한 앵커 멘트의 형식을 파괴했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연예인이 직접 출연하는 것도 연성화 추세의 지표다. KBS ‘뉴스8’은 14일부터 중견탤런트 견미리를 리포터로 기용해 여성 시청자층을 겨냥한 경제 건강 관련 정보기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겼다. MBC ‘미디어비평’에는 개그맨 전유성이 출연하고, MBC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개그맨 김미화가 맡고 있다.

이렇게 지상파 방송사 뉴스프로그램의 형식 파괴는 20∼30%에 이르렀던 뉴스 시청률이 10∼20%대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 특히 최근엔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던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면서 시청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강만석 연구원은 “뉴스의 연성화는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며“뉴스는 공정성과 신속한 정보성 등 질적인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며 무리한 연성화는 뉴스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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