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패션]패션통해 본 ‘금발이 너무해2’

  • 입력 2003년 9월 30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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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엘의 의상은 영화의 내용 전개에 따라 고전적인 ‘재키 스타일’(왼쪽)에서 ‘히피 스타일’(중간)로, 다시 개성을 섞은 ‘메인스트림 스타일’(오른쪽)로 옮아간다. 사진제공 20세기폭스 코리아
주인공 엘의 의상은 영화의 내용 전개에 따라 고전적인 ‘재키 스타일’(왼쪽)에서 ‘히피 스타일’(중간)로, 다시 개성을 섞은 ‘메인스트림 스타일’(오른쪽)로 옮아간다. 사진제공 20세기폭스 코리아

1편에서 미국 하버드 법대를 휘어잡았던 금발머리 엘 우즈가 이번엔 미국 의회를 들쑤셔 놓는다. ‘금발이 너무해 2’에서 엘은 애완견 브루저의 엄마를 자신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초청하기 위해 소동을 벌인다. 화장품 제조회사의 동물실험 대상이 된 개를 살리기 위해 국회에 ‘동물실험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

베르사체, 돌체&가바나, 루이뷔통, 샤넬, 프라다, 안나 수이 등의 일류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이 영화에서 화려하게 변하는 엘의 옷차림은 영화의 내용 전개를 암시해주는 상징이다. 그가 밝은 색 옷을 입었을 땐 일이 잘 풀리는 징조이고, 어두운 옷을 입었을 땐 배신을 당하거나 좌절하는 상황이다.

패션정보회사 ‘퍼스트뷰 코리아’ 송서윤 패션컨설턴트의 분석을 통해 주인공 엘의 드레스 코드가 영화와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초반-재키 스타일=햇병아리의 시행착오를 나타낸 패션. 국회 의사당에 첫 출근하는 엘 우즈는 핑크빛 슈트와 필 박스(Pill Box·네모나게 각진 스타일) 모자를 썼다(왼쪽). ‘미국 동부의 주류사회에 편입되고야 말겠다’는 의욕이 다소 촌스럽게 상징화된 것.

이 스타일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될 당시 옆 자리에 있던 아내 재클린의 옷차림을 흉내 낸 것. 이후 ‘7부 소매+미니스커트+필박스 모자’는 ‘재키 스타일’이란 패션 코드로 자리 잡으며 60년대를 주름잡았다. 재클린은 머리가 커서 필 박스 모자를 머리 위에 사뿐히 얹었는데, 이것도 독특한 모자쓰기 스타일로 유행했다.

▽중반-히피 스타일=정략이 판치는 국회에 정면도전하는 엘의 의지를 보여주는 패션. 화장품 제조과정에서의 동물실험 금지법안을 제출했던 빅토리아 하원의원이 후원자의 자금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 법안제출을 거둬들인다. 승리를 목전에 두었던 엘은 배신감을 느끼고 결국 법안을 입법청원하기 위해 국회의원들과 개별 접촉해 서명을 받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엘의 차림은 히피 스타일(중간)로 변한다. 어깨가 드러나는 톱에 물 빠진 청바지, 금빛 팔찌, 무지개 빛 목도리와 숄 등은 주류사회에 저항하겠다는 엘의 의지를 상징한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는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에서 따온 스타일로 엘이 ‘여성만의 방식’으로 일을 풀어갈 것임을 암시한다. 엘은 고교시절 치어리더 동아리 후배들을 불러 모아 의원들을 상대로 좌충우돌 로비 작전을 펼친다. 동물실험 금지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엘에게서는 70년대 반전 또는 여권신장을 외치던 운동가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후반-개성을 담은 메인스트림 스타일=의사당에서 의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감동적 연설을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엘은 흰색 실크 바지정장에 빨간색 톱을 받쳐 입었다(오른쪽). 이는 주류사회의 격식에 맞으면서도 붉은 색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낸 것. 엘이 국회의 권위를 자기화해 받아들인 패션코드를 보여준다. 결국 엘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담은 감성적 연설내용으로 의원들을 사로잡는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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