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시장 開放피해 우려…이달초 DDA협상 과정서 확인

  • 입력 2003년 3월 13일 0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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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시청각분야 협상과정에서 채널사용사업자 혹은 프로그램공급업(PP·Program Provider)과 관련, 사실상 위성방송 PP시장의 개방을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같은 일은 94년 시청각분야 ‘영화 및 비디오 제작 배급 서비스’ 부문의 양허내용 중 단서 조항인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공급업 제외’ 규정에서 케이블 PP만 언급하고 위성방송 PP는 언급하지 않아 일어났다. 당시 협상을 담당한 공보처는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하고 서비스 실시(95년)를 앞둔 케이블 PP만 고려해 이 같은 ‘실수’를 빚었다.

이 사실은 이달 초 정부가 참여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분야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각국이 양허안을 제출, 본격화될 DDA협상에서 WTO 회원국들이 한국 위성방송 PP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며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관련 방송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왕상한(王相漢) 서강대 법대 교수는 “당시 한국 정부가 맺은 양허표를 분석해 보면 방송 관련법과 외국의 사례 및 현황에 대한 사전 검토와 중장기적 안목 없이 협정을 맺은 것이 분명하다”며 “위성 PP 개방과 관련해서는 국제법이 국내법에 우선하므로 국내 관련법을 고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또 “쌀을 개방했는데 보리를 개방하지 않을 수 없듯이 위성방송 PP의 시장개방이 이뤄지면 다른 시청각 분야의 개방을 허용하지 않을 근거를 대기 어려울 것”이라며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와 협의해 이달 말까지 WTO 시청각 서비스분야에 대한 국내시장 개방 부분을 명시하는 양허안을 제출해야 하나 두 기관의 입장이 엇갈려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는 UR 양허 분야인 ‘영화 및 비디오 제작 배급서비스’ 중 배급(distribution)이 뜻하는 것은 방송법상의 계약을 통해 채널을 사용하는 채널사용사업자의 영역과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방송위는 문화부의 주장대로라면 굳이 ‘케이블 PP 제외’라는 단서 조항을 달 필요가 없었으며 이 조항으로 인해 위성방송 PP시장의 개방을 사실상 허용한 꼴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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