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취화선 '12세이상등급'으로 조정 재개봉

  • 입력 2002년 8월 1일 18시 39분


오원 장승업의 삶을 통해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펼쳐보이는 영화 ‘취화선’. ‘12세 이상’으로 재편집되면서 장승업과 매향의 정사 장면등 두 장면이 삭제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오원 장승업의 삶을 통해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펼쳐보이는 영화 ‘취화선’. ‘12세 이상’으로 재편집되면서 장승업과 매향의 정사 장면등 두 장면이 삭제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청소년용 버전’으로 다시 편집돼 8월말 재개봉된다. 한 영화가 관람 연령을 달리해 다시 개봉하는 일은 한국 영화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취화선’은 5월 10일 개봉할 당시 ‘18세 이상’ 등급을 받은 영화. 조선시대의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은 7월 초까지 전국에서 106만여명이 관람했다. 그러나 이번에 재개봉을 위해 총 2분 분량의 정사 장면을 삭제한 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를 신청, ‘12세 이상’ 등급을 받았다.》

‘취화선’이 ‘청소년 버전’으로 만들어지면서 잘려나간 부분은 두 군데. 주인공인 오원 장승업(최민식)이 기생 매향(유호정)과 들판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과 장승업이 동학 농민 전쟁 당시 전북 고부의 기생과 정사를 벌이는 부분이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측은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뒤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취화선’을 보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받았으나, ‘18세 이상’이라는 등급 때문에 미성년자인 학생들은 작품을 볼 수 없었다”며 “청소년들에게도 조선 회화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가 많아 일부 장면을 삭제해서라도 재개봉을 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사장은 임권택감독에게 재개봉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임감독도 흔쾌히 이를 승낙하고 직접 자신의 영화 중 정사 장면을 삭제했다.

영화학자 조희문교수(상명대)는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만큼 작품 세계를 인정받는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기지 않고 등급을 달리할 수 있도록 직접 잘라내는 일은 대단히 드문 일”이라며 “이번 ‘취화선’ 재개봉 과정에서 보여준 임권택감독과 이태원사장의 파트너쉽은 주목할 만하다”이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의 최종 편집권은 감독이 아닌 스튜디오가 갖고 있다. 그래서 감독과 제작사간의 갈등을 빚는 사례가 종종 있다. 제작사가 요구하는 상영시간, 등급 등을 맞추기 위해 편집한 영화가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이경우 감독은 ‘못다한 이야기’를 덧붙여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다시 편집해 선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재개봉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감독의 ‘지옥의 묵시록-리덕스’나 올해 다시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E.T.-20주년 기념 특별판’은 바로 이같은 ‘디렉터스 컷’의 예들이다.

‘취화선’의 경우 단순히 등급을 조정하기 위해 감독이 다시 편집한 만큼 ‘디렉터스 컷’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임권택 감독에 들어보니▼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등급 때문에 내 손으로 영화를 잘라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취화선’에서 ‘야한 장면’ 두 군데를 잘랐다. 중고등 학생들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였다.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오원 선생이 2세를 보기 위해 기생과 정사를 나누는 뒷부분)을 잘려나감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지만, 이같은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우리는 서양화에 대해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동양화, 특히 한국화의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른다. 아이들은 더더구나 그렇다. ‘취화선’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한국화를 비롯해 조선 시대 우리 삶이 갖고 있던 문화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차(茶)문화라든가 도자기도 그렇고, 한복도 마찬가지다. 한복은 어떻게 찍어도 왠지 촌스러워 보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취화선’을 찍으며 한복이 얼마나 기품있는 의상인지 보여주기 위해 무척 고심했다.

또 유장하기는 하지만 지루할 수 있는 궁중음악의 맛스러움과 우리 민요의 가락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이런 것들만 학생들이 보고, 듣고, 느껴준다면 내 영화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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