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새는 폐곡선…',현실에 절망하는 영화감독 이야기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14분


전수일 감독(부산 경성대 교수)의 영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는 99년 베니스영화제 ‘새로운분야’ 부문 초청작. 2000년 스위스 프리부르 영화제 대상 수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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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지방대 영화과 교수이자 독립영화감독인 ‘김’(설경구)의 일상과 이룰 수 없는 이상을 그렸다. 김은 학생들에게 영화를 통해 이상을 펼치라고 가르친다. 이는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학생들이나 김 자신에게도 공허한 소리로 들릴 뿐이다.

김이 가끔 만나 섹스를 나누는 중학 교사 영희(김소희)는 그에게 휴식처 같은 존재. 하지만 김은 영희가 그를 가족에게 소개하려고 하자 여행길에서 도망친다.철새 도래지로 가는 길에 만난 행인과 김의 대화. “거기엔 뭐하러 가요. 혹 누굴 가르치는 선생 아닙니까. 아니면 꼭 백수 같고.”

김의 대답은 “놀고 먹는 사람”이다.

이처럼 영화의 밑그림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새는 김이 추구하는 꿈의 상징적 이미지. 가족과 사랑, 일(영화)에서도 자신을 찾을 수 없다고 느낀 김은 새처럼 비상하기를 꿈꾼다. 영화는 그 새의 비상조차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갇힌 곡선, 바로 폐곡선을 그린다는 것으로 김의 절망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어두운 화면을 배경으로 절제된 음악과 대사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잦은 단절과 단 한컷의 클로즈업도 없을 정도로 감정의 주관적인 과장을 배제한 화면이 꽤 낯설다.

‘박하사탕’으로 유명세를 타기 전 설경구와 연극배우 출신인 김소희가 주인공을 맡았다.

99년 작으로 서울 아트큐브 3월1일, 부산 시네마테크 3월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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