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부산 국제영화제 9일 개막…60개국 203편 상영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41분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9일 화려한 막을 올린다. 이번 영화제에 선보이는 60개국 총 203편 영화의 면면을 보면 칸 등을 제외한 비경쟁 영화제로서 세계 수준으로 도약한 이 축제의 위상을 엿보게 한다. ‘밀레니엄 맘보’(허우 샤오시엔·대만) ‘붉은 다리 밑의 미지근한 물’(이마무라 쇼헤이·일본) 등 세계적 거장의 신작부터 ‘사랑스런 리타’(예시카 하우스너·독일) 등 횟감처럼 펄떡이는 신인의 데뷔작까지 망라되어 있다. 영화제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시대극과 신인들의 약진

폐막작으로 선정된 ‘수리요타이’(MC 차트리차틀레름 유콘·태국) ‘라가안’(아슈토시 고와라키·인도) 등 민족 의식을 고취하는 동남아 영화들이 대표적. 이들 영화는 90년대 중후반 경기 침체를 겪은 아시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투영된 작품이다.

‘욕조에 빠져 익사하다’(이치오 나오키·일본) 등 신인들의 영화는 독특한 편집과 이야기 구조로 아시아 영화계의 세대 교체 바람을 보여준다. ‘노 맨스 랜드’(다니스 타노비치·영국 외 3국) ‘사랑스런 리타’(예시카 하우스너·독일)는 올 세계 영화계가 배출한 신인 데뷔작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할리우드에 KO승

베를린과 칸 영화제의 결과로 보면 올해 서구 영화계는 유럽 영화의 KO승. 이 중 오럴섹스 장면 등으로 평단의 난타전을 주도했던 ‘인티머시’(파트리스 쉐로·프랑스)와 한 여자의 마조히즘적인 사랑을 그린 ‘피아니스트’(미카엘 하네케·오스트리아)는 손꼽히는 화제작.

또 2월 열린 스웨덴 예테보리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난 북유럽, 동유럽 영화들도 전진 배치된다. 68분동안 할 얘기를 다하는 ‘빵과 우유’(얀 치트코비치·슬로베니아)를 비롯, ‘하얀 비행’(얀 트로엘·스웨덴) ‘초급 이태리어 강습’(론 쉐르픽·덴마크) 등이 주목할만한 작품.

#성장 영화의 강세

올해는 청년기의 고민 등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 성장 영화가 유달리 많다. 조총련계 청년의 혼란스런 삶을 다룬 ‘고’(유키사다 이사오·일본), 중국 젊은이의 반(反)문화를 들여다본 ‘베이징 락’(마블 청·홍콩) 등이 이 계열. ‘우울한 청춘’(도요다 토시야키·일본)은 성장 영화이면서도 기성 세대의 위선을 비웃는 기존 성장영화의 ‘관행’에 매몰되지않은 특이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영화제만큼은 작가주의로

올해는 한국 영화가 명실상부한 ‘산업’의 지위를 차지한 해. 그러나 한국 흥행대작 중에서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친구’(곽경택)가 유일하게 초청됐다. 배창호 감독은 자신의 첫 블록버스터인 ‘흑수선’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제측은 “극장이 아닌 영화제를 통해 유통될 수 있는 영화를 우선 선정했다”고 설명한다. 저예산 영화의 간판 스타 김기덕 감독은 ‘수취인불명’과 신작 ‘나쁜 남자’를 동시에 올려놓았고 민병훈 감독의 신작 ‘괜찮아, 울지마’도 주목받고 있다. 작품성이 뛰어났지만 흥행이 부진했던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와 ‘와이키키 브라더스’(임순례) 등도 다시 관객을 찾는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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