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카페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9시 52분


요즘 설치미술가 최정화(39)만큼 바쁜 작가도 드물다. 15일부터 내년 2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공터’라는 카페에서 ‘꽃 전시’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연다. 또 15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아트선재센터 기획으로 열리는 ‘디자인 혹은 예술’전에도 ‘꽃’ 등 디자인 작품을 선보인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 촉망받는 동서양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해 내년 1월8일까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고 있는 ‘스펙타클을 넘어서’전에 ‘후발선진국’ 등 작품을 냈다.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일본 도쿄(東京) 빅사이트전시장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에도 참가했다.

10월 문을 연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조각공원에는 거대한 황금액자 8개를 땅에 박아 액자속에서 기념촬영을 하도록 하는 ‘당신이 예술가’를 설치했다.

그는 미술계에서 카페나 바, 패션부티크를 작업 대상으로 삼은 선구자 중 한명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스페이스 오존(종로3가)’ ‘올로올로(신촌)’ ‘+ ― 0(압구정동)’와 같은 바 인테리어 시리즈와 ‘쌈지스포츠’ ‘보티첼리’ 등 패션부티크 시리즈를 발표해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최근에도 ‘사진마당(인사동)’ ‘동동(청담동)’ ‘니마(인사동)’ ‘가람화랑(인사동)’ 등의 공간을 디자인했다.

설치미술과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영화 ‘301·302’ ‘나쁜 영화’ ‘모텔 선인장’ 등의 미술감독에 이르는 광범위한 활동영역은 ‘최정화 스타일’이라는 문화코드를 만들어냈다.

그가 작품의 주제로 삼는 것은 금관 무궁화 등과 같이 어린시절부터 아주 익숙한 형상들이다.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다고 말하는 편이 옳지만 보여주는 방식이 특이해 기억에 남고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공터’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는 굿 등 무속에서 사용되는 원색의 ‘종이 무궁화’ 1000송이로 카페 한 구석을 치장했다. ‘디자인과 예술’전의 ‘꽃’은 인공적으로 만든 무궁화에 광섬유를 심어 빛을 발하게 한 것으로 무궁화 시리즈를 디자인 영역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퐁티두센터 ‘스펙터클을 넘어서’전의 ‘후발선진국’은 작은 전구의 불빛이 1000가지 패턴으로 변하는 모양을 통해 신라금관을 형상화 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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