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도 불티』한국영화 신났다…실내장식용 각광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한국영화 포스터가 뜨고 있다.

영화 마니아인 광고대행사 대리 K씨(29)는 “‘약속’과 ‘쉬리’ 포스터를 장식용으로 벽에 붙였다. 그동안 우리 영화 작품은 물론 포스터까지 촌스럽다고 여겼는데 ‘약속’을 보고서 생각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독차지 하다시피했던 팬시상품 분야도 한국 영화의 부활에 힘입어 판도를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약속’이 약 1만장 가깝게 팔렸고 ‘쉬리’포스터는 현재까지 약 5천장이 나갔다.

포스터 전문제작업체인 월드 영의 하승필사장은 “우리 영화 포스터 반응이 요즘처럼 좋은 때는 없었다”면서 전체 매출의 약 70%를 우리 영화 포스터가 차지한다고 밝혔다.

포스터 매출이 급성장한 뒤에는 제작 수준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린 3총사들의 솜씨가 숨어있다.

오형근(37) 김상만(29·디자인) 정승혜(35·카피라이터). 오, 김조가 만든 ‘조용한 가족’ 포스터는 올해초 베를린영화제 영포럼 부문을 대표하는 포스터로 선정됐었다.

정씨는 89년부터 한국영화 80편, 외국영화 4백여편의 카피를 써 충무로의 ‘걸어다니는 카피 박사’로 불린다. ‘아빠 플리즈, 오른쪽 모유는 제꺼예요’(미스터 맘마) ‘저희 학교에 놀러 오세요’(여고괴담) 등이 대표작. ‘약속’ ‘정사’ ‘편지’ 등 히트작의 포스터에는 이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팬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유혹’하는 임무를 띤 포스터의 제작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단 한장의 포스터로 영화의 이미지를 압축시켜야 하고 감독과 주연배우의 주문사항은 물론 고객층에 대한 분석 등 마케팅 포인트도 충실하게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필름의 심재명이사는 “기존의 포스터 제작방식은 스틸 사진중 좀 나은 것을 골라 만드는 수준이었다”면서 “이들의 등장으로 포스터가 영화 자체에 못지 않은 작품이자 팔리는 상품이 됐다”고 밝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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