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중문화 개방]수입허용 영화 모두 11편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27분


정부가 즉시 개방키로 한 일본영화 비디오 출판만화 가운데 영화와 비디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4대 영화제 수상작 등으로 제한해 당분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우리 만화시장의 47%를 암암리에 파고든 출판만화 가운데 만화잡지 부문은 일본업체가 직영체제로 나설 경우 적지 않은 파고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일본 대중문화 즉시개방 부문으로 선정돼 빠르면 연말경 일반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된 4대 국제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아카데미)의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작은 왜색 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비교적 적고 작품성은 높은 반면 흥행성은 별로 없는 작품들로 평가되고 있다. 4대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일본영화는 모두 8편.

△구로자와 아키라의 ‘라쇼몽’(51년 베니스) △기누가사 데이오스케의 ‘지옥문’(54년 칸) △이나가끼 히로시의 ‘무호마쯔의 일생’(58년 베니스) △이마이 타다시의 ‘부시도 잔코쿠 모노카다리(武士道殘酷物語)’(63년 베를린) △구로사와 아키라의 ‘가게무샤’(80년 칸) △이마무라 쇼헤이의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83년 칸)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97년 칸)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97년 베니스).

이 가운데 ‘가게무샤’를 제외한 7편의 영화는 모두 다음달 7일부터 한국영화학회와 동아일보사가 공동주최하는 ‘아시아 아트필름 페스티발’에서 국내 최초로 공식 상영될 예정이다.

여기에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마이 타다시의 ‘순애보 이야기’(51년),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새의 3악인’(58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54년) 등을 포함하면 모두 11편의 국내상영이 허용된 셈.

이중 현재 수입계약이 체결된 영화는 일본 국내에서도 관객몰이에 성공했던 ‘하나비’ 한 편이다. 수입심의와 자막작업, 극장 선정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빨라야 12월중순이후 국내 개봉이 가능하다. ‘우나기’도 계약을 위한 물밑 거래가 진행중이다. 영화수입사인 한아미디어 유진희사장은 “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이 대체로 오래된 영화들이거나 한두편을 제외하고는 일본 국내에서도 흥행성을 입증하지 못했던 영화들이어서 즉시개방 부문으로 선정된 영화를 둘러싼 국내 업체들의 과당경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개방될 ‘러브 레터’ ‘함께 춤추실까요?” 등 흥행성이 높은 극영화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업체들의 수입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시개방 부문에 포함된 합작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영화는 일본 현지에서 촬영하고 일본배우가 출연하는 박철수감독의 ‘가족 시네마’. 올 연말 한·일 동시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중인 이 영화는 일본색이 짙다는 이유로 영화진흥공사가 판권담보 제작지원금 1억5천만원을 회수하겠다는 엄포를 놨었지만 이번 발표로 사정이 달라지게 됐다.

▼비디오〓정부가 허용한 일본 비디오는 4대 국제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수상작뿐이다. 애니메이션과 성인용 에로물은 이번 개방에서 제외되므로 비디오업계는 개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암암리에 불법유통되던 일본 비디오물의 점유율 3.4%가 10%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판만화〓이미 국내시장의 대부분을 일본의 번역만화가 잠식해 신규 잠식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즉시개방에 따른 추가적인 공급물량 확대 가능성도 거의 없고 ‘개방’이라고 해봤자 심의과정에서 바뀌던 일본 이름과 지명 등이 그대로 쓰이는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 만화가 김수정씨는 “출판만화쪽은 사실상 빗장이 풀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개방의 파급효과가 미미하다”며 “일본만화와 잡지의 전면개방이 음성적인 해적판을 걸러내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이큐 점프’ ‘영 점프’ ‘윙크’ 등 만화잡지들은 같은 이름의 일본 만화잡지사들이 직영을 추진할 경우 적지않은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가수 공연 음반〓영화 출판만화 분야와 달리 대중가수의 공연이 즉시개방 부문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내의 공연기획사 관계자들은 다소 실망스러워 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오퍼스21’의 김형일 대리는 “일본 톱스타의 방한 공연은 쉽지 않지만 국내와 일본의 인디 계열의 가수들을 결합하는 공연을 추진중이었는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소니 등 음반 직배사들은 “이번 개방 일정 발표에 상관없이 시장조사와 함께 차분하게 음반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편 이번 발표에서 제외된 방송분야의 관계자들은 “조만간 닥칠 TV프로그램 개방에 대비, 우리 방송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희경·김갑식·이승헌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