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IMF시대 때아닌 「시청료 인상」 거론

  • 입력 1998년 3월 9일 08시 06분


KBS의 해묵은 소원인 TV시청료 인상이 과연 이루어질까.

홍두표 KBS사장이 이달초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명실상부한 공영화를 위해서는 재정구조의 공영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TV시청료 인상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81년 2천5백원으로 책정된뒤 17년동안 동결됐던 시청료 인상은 KBS의 오랜 숙원. 그러나 87년 시청료 거부운동이후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었던 민감한 문제다. 홍사장의 시청료 현실화 주장과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KBS의 시청료 수입은 1년에 약 3천9백여억원. 전체 수입에서 39%를 차지한다.

KBS는 시청료와 광고료 수입이 70대30이 되는 재정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청료 대 광고료의 비율이 각각 70대30, 60대40인 독일과 프랑스 공영방송이 주요 모델.

KBS는 시청료를 5천원으로 올리고 광고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이상적인 재정구조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의 귀재’라 불리는 홍사장은 “적정규모의 시청료 현실화를 전제로 한다면 현재 2TV의 광고를 절반으로 줄여 오후7시∼10시반 이외의 시간에는 광고 없는 편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가 다른 때도 아닌 ‘IMF시대’에 시청료 인상 문제를 꺼내게 된 것은 방송광고 격감에 따른 재정악화 때문이기도 하다. KBS는 지난해 6백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올들어 광고판매율이 지난해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상태로 간다면 올해 2천4백억원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

결국 공영성 강화라는 표면적 인상이유와 달리 줄어든 광고수입을 국민에게서 받아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과거 3년간 2천억원이상의 흑자를 남긴 것을 감안하면 흑자는 KBS에 남기고, 적자는 시청자에게서 벌충하겠다는 논리다.

이때문에 실제로 시청료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시청료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1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는 “물가안정이 급선무인 요즘같은 시기에 시청료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KBS가 시청료 인상을 추진할 만큼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청료를 올리기 위해서는 KBS가 공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시청률 지상주의, 상업방송과 다름없는 경영 제작 편성방식, 25개나 되는 지역국 등을 그대로 두고 시청료 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청료 인상을 전제로 광고를 줄이겠다는 것도 앞뒤가 뒤바뀐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광고를 과감히 축소하고 공영성을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지난달 시작한 ‘IMF 위기극복을 위한 신편성’에도 불구하고 2TV의 공영성은 아직도 멀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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