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영화계 결산]충무로 『퇴조』 직배사 『약진』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朴元在 기자」 96년 영화계는 미국 할리우드 직배사와 국내 대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전통적인 충무로 영화자본이 양쪽의 협공에 밀려 고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충무로 세력의 퇴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한국영화계의 실력자로 꼽혀온 서울극장 곽정환대표와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의 구속(이씨는 지난 16일 석방됨). 독자적인 영화배급망을 갖춘 곽씨와 80년대 이후 한국영화 제작의 중심을 지켜온 이씨가 잇달아 구속되면서 영화계가 직배사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직배사와 대기업의 영토확장은 외국영화 수입과 배급망 형성의 두 갈래로 진행됐다. 삼성 대우 SKC 제일제당 등 대기업들은 「외화낭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고 4백만달러의 비싼 값에 화제작을 앞다퉈 사들였고 UIP에 이어 월트디즈니와 20세기폭스사도 연말부터 전국 직접배급에 들어갔다. 영화계 변화 가운데 눈여겨 볼 대목은 대기업―영화사―유명감독간의 이합집산이 매우 활발히 이뤄진 점. 「투캅스2」의 성공으로 자본력을 키운 강우석감독의 시네마서비스는 신씨네 영화세상 한맥엔터테인먼트 이스트필름 및 박광수감독에 대한 제작 지원체제를 갖췄고 80년대 화제작을 다수 발표했던 황기성사단은 한화그룹 계열의 한컴과 손잡았다. 제일제당이 설립한 제이컴도 「영원한 제국」의 박종원감독과 「301,302」의 박철수감독을 영입했다. 헌법재판소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 사전심의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도 영화계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져 온 공륜의 「필름 가위질」이 금지되면서 공륜의 존폐와 성인전용영화관 도입여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영화진흥법 개정과 맞물려 내년 영화계 흐름을 상당부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개최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국제영화제였다. 세계 각국의 최신작 1백70여편을 상영한 이 영화제는 18만명의 관객을 동원, 부산을 영화의 열기로 몰아가면서 성공적인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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