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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수사]“1차 턴키공사 15개 구간 낙찰사 사전 모의, 정부예산 1조5000억 공사비로 더 들어가”

입력 2012-08-16 03:00업데이트 2012-08-1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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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조사로 본 담합 정황 국내 주요 대형 업체가 대거 연루된 4대강 사업 담합 사건의 시작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경제성과 재정 낭비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가 이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건설업체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건설사들은 사업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하기 위해 2008년 5개 건설사를 주축으로 협의체를 구성했다.

문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끝내 여론의 반대를 넘지 못해 보류되고 4대강 사업으로 바뀐 뒤에도 건설사들의 협의체는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국책사업인 만큼 입찰 경쟁자인 건설사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입찰 정보를 교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건설사 협의체는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2009년 4월경 참여 업체가 19곳으로 늘어나며 오히려 몸집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협의체가 4대강 사업의 담합 창구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조사 결과 이들 건설사가 2009년 4월부터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플라자호텔 등에 모여 그해 6월 정부가 입찰 공고한 1차 턴키공사 15개 구간 등을 놓고 어떤 건설사가 낙찰을 받을지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낙찰을 받은 건설사가 입찰에 들러리를 선 건설사들에 공사 물량 일부를 하청하는 소위 ‘물량 나눠 먹기’ 담합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후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공사는 건설사들의 의도대로 결정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담합의 결과는 높은 공사입찰 낙찰가율(공사예산금액 대비 낙찰가의 비율)로 이어졌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실제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의 평균 낙찰가율은 92.94%에 달했다. 낙찰가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공사를 발주한 정부의 예산금액에 근접한 공사 가격을 써 냈다는 의미다. 2010년과 2011년에 정부가 발주한 턴키공사의 평균 낙찰가율은 90% 안팎이었다.

건설업체들의 4대강 사업 담합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09년 10월부터다. 공정위는 담합 의혹이 제기된 직후 조사에 나섰지만 지난해 말까지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초 공정위가 건설업체들의 ‘물량 나눠먹기’를 뒷받침하는 문건을 확보하면서 담합의 꼬리가 잡혔다.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건설사들이 올린 매출은 3조643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시민단체들은 1차 공사 사업자 선정에서 담합이 없었다면 공사비가 1조5000억 원가량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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