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폭탄 현실화로
자동차, 철강 등 수출 품목 타격
스타트업과 파트너십 확대하고
생산성 향상 위한 전문 인력 확보해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發) 관세 폭탄이 본격화되고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 경쟁력, 노동, 자본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이런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136가지 중 핵심 국가전략기술 50개에서 비교 대상 5개국(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중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한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미 노동 시간과 강도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노동 생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해외 투자 유치 또한 선진국 대비 저조함에 따라 자본시장의 성장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견인한 힘은 중화학에서 첨단 산업으로 이어진 제조업 발전, 해당 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선도한 대기업, 이를 바탕으로 한 견조한 수출 시장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런데 2025년 현재, 이 세 가지 요소가 오늘날 한국 경제가 현재의 정체 국면을 뚫고 새로운 성장 곡선을 그리는 것을 저해하는 관성적 요인이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냄비 속 개구리’인 한국 경제를 구출하기 위해 이제는 뜨거운 물을 강제로 끼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맥킨지가 이렇게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3월 1호(412호)에 실린 관련 아티클을 요약해 소개한다.
● 다양한 유형의 파트너십 구축
2013년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해 생산성 저하와 중산층의 재무 위기 등 국가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이 부재한 상황을 지적한 바 있다. 12년이 지난 지금, 뜨거운 물을 끼얹어서라도 강제로 냄비 속 개구리를 반드시 탈출시켜야 할 정도로 체질 개선 및 성장 모델 구상이 시급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현재의 정체 국면을 뚫고 어떻게 새로운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을까?
과거의 경제 성장 국면에서는 대기업과 제조업이 주도하는 수직 계열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술 발전이 나날이 빨라지는 오늘날에는 다양한 유형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생태계를 발 빠르게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모빌리티 업계의 경우 미래 유망 시장인 미래항공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분야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패권을 다투고 있다.
● 과감한 산업 재배치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마저 2025년에는 대내외적 변동성의 영향을 받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산업은 자산의 합리화, 기업 간 포트폴리오 교환 및 통폐합 등의 과감한 조치를 통해 공급 역량을 최적화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자생력을 제고해야 한다.
예컨대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중후장대 제조업을 중심으로 과감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정유 산업의 경우 국가별 탄소중립 서약 등의 영향으로 2030년경 수요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는 현재 수준 대비 50% 이상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본처럼 자산을 대규모로 통합해 공급량을 조절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일본은 2000년 기준 일일 정제 능력 500만 배럴을 기록하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 석유제품 생산국이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흡수합병과 사업 재편을 실행해 기존 17개사를 5개사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노후 정제시설은 폐쇄하거나 고부가가치의 스페셜티 케미컬 생산시설로 전환했다.
나아가 제조업 중심 경제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 관점에서 3차 산업의 비중을 과감하게 확대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정보통신업 등 지식 집약적 서비스업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 글로벌 인재 유치
인구 감소의 시대에 노동 생산성을 높이려면 글로벌 전문 인력 유치가 필수적이다. 경제활동 가능 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일본은 적극적인 해외 인재 채용 정책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수를 대거 늘리는 양적 성장과 주력 산업 내 전문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질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했다.
예컨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2031년 대졸 이상의 인력이 약 5만4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2030년 반도체 산업에서 엔지니어는 약 30만 명, 숙련된 기술자는 9만 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양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내의 인공지능(AI) 인력 공급도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데 특히 공급 인력의 90%가량이 학사 이하에 해당해, 석박사 이상의 고급 인력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이러한 필수 인력의 수요와 공급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인재 양성 정책이 필요한 동시에 해외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전문 인력과 필요 기술 분야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에 맞춰 수준별 비자 우대 정책을 도입하는 등 외국인 전문 인력의 한국 체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산업계 또한 자체적으로 각 주요 분야에서 외국인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내부 인프라 및 사내 지원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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