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농산물값, 수입 통한 해결 고민을…美에 앞서 금리 내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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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12일 1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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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2.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2.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를 켤지 말지를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두 달 내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처럼 목표 수준을 향해 가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하반기 인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를 켰다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인하한다는 얘기이고 우리는 아직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깜빡이 켤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으며, 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차선을 바꾸고 준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의 5월 수정 경제 전망 이후 한두 달은 더 지표를 확인해야 금리 인하 여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총재는 “5월 전망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하반기 통화정책 방향을 확실히 할 수 있으려면 (5월보다) 한두 달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월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과 그로 인한 환율 변화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야 하고 이것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봐야 하기에 5월보다는 한두 번 정도 추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는 개인 의견을 피력했다.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금통)위원 6명 모두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며 “하반기 진입 전 물가 상승률을 봤을 때 연말에 2%대에 부합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대로 유가가 안정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2.3%까지 갈 것이라면 금통위원들은 하반기 금리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지만, 반면에 2.3%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면 하반기 금리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10회 연속 동결했다. 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10회 연속 동결했다. 뉴스1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10회 연속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문구를 ‘장기간’으로 수정한 바 있다. 6개월 정도의 긴 시계를 뜻하는 장기간을 삭제함으로써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문구 수정의 배경과 관련해 이 총재는 “장기간 문구를 유지하면 (금리 인하를) 하반기에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다 없애면 하반기에 (인하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6명의 향후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정책 방향 예고)는 지난 2월과 같이 유지됐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6명 중에서 5명은 3개월 이후에도 3.50%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며 “나머지 1명은 3.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2.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2.뉴스1
이 총재는 대외 상황과 관련해선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그널을 주면서 탈동조화 여건이 마련됐다”며 “미국을 따라가는 것보다 물가 상승률의 영향을 더 보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과거엔 환율 등에 끼칠 미국의 통화 정책을 많이 고려했지만 지금은 통화 정책이 주는 영향이 이전과 달라지면서 금리 정책이 탈동조화되고 있다”며 “국내 물가 등을 중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수도, 늦게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농산물 가격과 관련해선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 정책을 유지할지,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2~3개월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의 30%를 농산물이 차지했다”며 “근본적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변화가 원인이다. 재배면적을 늘리고 재정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기후변화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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