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장터 유럽서 빗장 푼 애플, 국내선 계속 ‘배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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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빅테크 지배력 남용 규제에
다른 앱장터에도 이달부터 개방
음악 스트리밍 외부 결제도 허용
한국 ‘인앱결제 강제 금지’ 첫 시행
제재 3년 지지부진에 효과 못봐

지난달 28일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라일리 테스투트는 자신이 개발한 대체 앱 장터 ‘알트스토어’의 구동화면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알트스토어는 이르면 이달 일반 유럽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출처 라일리 테스투트 SNS 스레드
지난달 28일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라일리 테스투트는 자신이 개발한 대체 앱 장터 ‘알트스토어’의 구동화면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알트스토어는 이르면 이달 일반 유럽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출처 라일리 테스투트 SNS 스레드
이르면 이달 내 유럽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 앱스토어 외에도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아이폰, 2008년 앱스토어 출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유럽에만 한정돼 한국 소비자들과는 관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유럽연합(EU)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유럽서 ‘앱스토어’ 외 다른 앱 장터 이용 가능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애플 앱 개발자 라일리 테스투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에 자신이 개발한 앱 장터 ‘알트스토어’를 시연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방식과 동일한 구조다. 테스투트는 2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알트스토어를 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애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일부 아이폰 이용자들이 알트스토어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애플의 감시를 우회하는 비공식적인 방법이었다. 알트스토어 측은 1일 “우리는 합법적인 앱 장터가 되는 과정을 시작했다”면서 “4월에 만나자”고 밝혔다.

애플이 앱스토어 외 다른 앱 장터 허용을 검토하는 것은 EU의 강력한 제재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EU는 애플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규정하고 시장 지배력 남용을 제어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지난달 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애플은 자사의 서비스나 제품을 다른 회사가 제공하는 유사 서비스보다 유리하게 우선적으로 기기에 설치할 수 없다. 자사의 앱을 기기에 설치하도록 강제하면 안 된다. 사전에 설치된 다른 앱도 제거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연간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낼 수 있다. 실제로 EU는 DMA 시행에 앞서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과정에서 자사 서비스인 애플뮤직에 유리하게 행동했다며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 유럽에선 꼬리 내리는 애플, 한국선 배짱

EU의 강력한 움직임에 애플은 즉각 꼬리를 내리고 있다. 앱스토어 외 알트스토어 같은 다른 앱 장터를 처음 허용하려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지금까지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을 내려받기 위해 앱스토어만 이용해야 했다. 앱스토어는 이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앱 개발자들로부터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겨왔다. 앱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애플 세금’으로 불렸다. 알트스토어는 수수료 대신 소비자가 유료 앱 개발자에 대해 일종의 ‘구독료’를 주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개발자가 자신의 앱을 직접 소비자에게 마케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5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 앱스토어 외부에서 다른 결제 방식을 유도할 수 있도록 ‘아웃링크’를 추가하는 것도 유럽 시장에서 허용했다. EU가 약 3조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애플은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큰 정책 변화가 없다. 한국은 2021년 애플과 구글 등 앱 장터 사업자가 자사의 결제방식만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또 해당 법에 따라 애플에 과징금 205억 원도 부과했다. 하지만 애플은 요지부동이다. EU의 경우 법 시행 1개월 만에 각종 정책 변화들이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법 시행 3년이 넘도록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포괄적인 행위에 제재가 가능한 유럽 DMA법과 달리 인앱결제 금지법은 특정 행위만 규제가 가능해 이를 회피하기 쉽다”며 “국내법은 (빅테크의) 다양한 차별행위를 제재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앱스토어#애플#빅테크#스트리밍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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