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억 상금 걸린 ‘오징어게임’ 예능판, 韓 시각장애인이 환호한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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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한국어 화면해설 지원
해외 예능 프로그램 최초…"IP 탄생지 고려해 더빙 지원"

“뒤를 돌아보는 인형 눈에 설치된 카메라가 참가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컨트롤룸(통제실)에 진행요원이 버튼을 누르자 움직인 참가자들의 흰 티셔츠 안 가슴에 설치된 무언가가 터진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에선 이런 화면 해설방송이 나온다. 참가자들간 대화도 한국어 더빙으로 나온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넷플릭스 해외 예능 프로그램 중 첫 한국어 화면해설 지원작이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멘터리가 대부분이었던 화면해설 프로그램 범주에 해외 예능 프로그램도 추가되면서 국내 시각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범위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2021년 하반기에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콘셉트를 반영한 리얼리티 쇼로 현재 공개 첫 주만에 넷플릭스 톱10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영국 제작사가 맡은 프로그램이다. 출연자 대부분이 외국인인 만큼 프로그램 내 출연자들 간 소통은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

시청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출연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자막, 더빙, 화면해설이 필요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 관계자도 “화면에 어떤 게 나와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면 프로그램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화면 해설 콘텐츠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징어게임’ 탄생지인 만큼 한국어 화면해설 추가는 당연”

OTT는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라 방송사업자와 달리 장애인을 위한 자막, 수어, 화면 해설 제공 등을 행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국내에 서비스 중인 주요 OTT는 시청 약자들의 콘텐츠 접근 편의성을 제고하고자 자발적으로 자막, 화면 해설 기능 등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도입해 왔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영화 등 콘텐츠 대부분에 화면해설을 지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넷플릭스 한국어 화면해설 프로그램 수는 196개(1950편)로 해외 콘텐츠는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등 일부 다큐멘터리가 있으며 해외 예능 프로그램은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가 유일하다.

화면해설이 들어가려면 한국어 더빙도 필요한데 출연진이 수많은 예능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성우를 섭외해야 하는 만큼 제작비 부담이 더 크다. 하지만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이 탄생한 곳이 한국인 만큼 현지 제작팀이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한국어 더빙과 화면해설을 추가하는 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층 시청 약자도 해외 예능 접근성 커져

이번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 한국어 더빙과 화면해설이 추가되면서 국내 시각장애인은 외국인들이 우리 고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1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장면에서는 “뒤를 돌아보는 인형 눈에 설치된 카메라가 참가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컨트롤룸(통제실)에 진행요원이 버튼을 누르자 움직인 참가자들의 흰 티셔츠 안 가슴에 설치된 무언가가 터진다. 흰 티셔츠 위로 검은 액체 폭탄 터진 탈락자는 그 자리에서 풀썩 엎어진다” 등의 설명이 나온다.

2화 ‘설탕(달고나) 뽑기’ 게임 장면에서는 “진행요원이 오가며 지켜보는 가운데 참가자들이 뽑기 테두리 부분을 핥기 시작한다. 참가자들은 달고나를 핥다가 위를 비춰보기도 한다” 등의 설명이 이어진다. 특히 참가자들의 말 마디마다 성우들의 감정을 살린 연기가 가미돼 흥미를 끌어올렸다.

한편 화면해설은 자막 읽기가 불편한 고령층 등 시청 약자들에게도 프로그램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의 이번 시도로 시각장애인 등 OTT 콘텐츠 접근성이 떨어졌던 시청 약자들이 넷플릭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넷플릭스코리아 측은 “해외 작품에도 한국어 더빙을 추가해 장애를 가지고 계신 회원들도 함께 즐기실 수 있도록 화면해설도 높은 비율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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