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계대출 2.5조 급증… “가계부채 위기땐 외환위기 몇십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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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당정 협의회 가계부채 점검
주담대만 2.2조 증가… 급증 주도
金 “영끌 대출-투자 정말로 위험”
DSR 제도개선 등 관리강화 추진… 은행들 “대출수요 억제” 금리 조정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실장은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실장은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김 실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잘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특히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 대출’이나 ‘영끌 투자’, 이런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전임 문재인 정부보다 가계부채 증가 폭은 많이 줄었다”면서도 “가계부채 문제는 항상 주의해야 하고, 특히 청년층의 ‘영끌 대출’에 대한 위험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달 은행 가계부채, 2년래 최대 증가


실제로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26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4조8018억 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 원)보다 2조4724억 원 늘었다. 2021년 10월(3조4380억 원 증가) 이후 2년 만에 월 증가 폭이 가장 크다. 특히 이달 들어 주담대가 2조2504억 원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신용대출도 5307억 원 늘어나 월말 기준으로 약 2년 만에 반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인위적인 금리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주담대 중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상품(6개월 주기 변동금리)의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지표금리가 1년물 이하인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도 0.05%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높였고, NH농협은행도 같은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췄다. 최근 개별 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는 지표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 상승 폭을 웃돈다.

● 당정, 장기 고정금리 대출 확대 유도


이날 협의회에서 당정은 현재 시행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개선의 효과를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추가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여당은 가계부채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Stress) DSR’을 연내 도입하고,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등의 활용도를 높여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부동산 담보대출 등 자신이 보유한 고정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이다.

당정은 DSR 제도 개선 등 미시적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금리 상승에 취약한 서민과 실수요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은 이어나가기로 했다. 여당은 특례보금자리론을 서민과 저가주택 등에 집중해 당초 공급목표였던 39조6000억 원을 넘어서더라도 지원할 것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연체이자 제한, 추심 부담 경감 등을 담은 ‘개인채무자보호법’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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