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계 SAF 배급 가능 공항 100개 돌파…한국 경쟁력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6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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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항공업계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공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SAF 공급 가능 공항’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항공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할 SAF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을 경우 인근 국가인 일본과 중국에 항공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ICAO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SAF 공급 가능 공항(Airports Distributing SAF)’은 총 109개다. 이 중 상시 SAF 공급 체계를 갖춘 공항은 69개,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공항은 40개다. 3분의 2 이상이 미국과 유럽지역에 분포돼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2곳(하네다, 나리타 공항)과 중국 2곳(닝보, 톈진 공항)이 포함됐다. 이들 공항에서는 지난해부터 SAF를 사용한 상업 비행을 하고 있다.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는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의 에티하드 항공이 SAF 급유한 뒤 이륙했다. 반면 한국 공항은 한 곳도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은 모든 항공기가 역내 운항을 할 때는 SAF 연료를 섞도록 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전체 항공유 중 2%를 의무적으로 SAF를 써야 한다. 프랑스는 이미 1% SAF 의무 사용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SAF 1갤런(약 3.8L)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기존 항공유보다 3~6배는 비싼 SAF 생산과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SAF 10% 의무 도입을 밝히면서, 연간 19억 갤런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국가들이 모두 SAF 부문 투자에 적극 나서는 동안 한국은 잰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등 모든 공항이 SAF 저장 및 공급, 유통, 급유 등에 필요한 인프라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향후 도입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SAF 인프라 구축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법적 문제도 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는 SAF가 석유대체연료에도 포함돼있지 않다. 석유 이외의 원료로 석유 제품을 만들면 불법이기에 국내에선 SAF 생산시설을 지을 수 없다. SAF 연구에 적극 나선 정유사들이 생산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배경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SAF를 쓰려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실제 대한항공은 최근 SAF를 2% 정도 넣은 화물기로 인천~LA 노선 실증 운항에 나설 때 SAF를 전량 수입했다. 대한항공은 SAF 1% 사용이 의무화된 프랑스 파리 노선을 오갈 때도, 한국에서는 SAF를 급유할 수 없어 파리에서 인천으로 올 때만 SAF를 넣고 있다.

글로벌 SAF 시장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2027년 SAF 시장은 215억 6520만 달러(29조23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부분 항공기들이 SAF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데 정작 공항에서 주유를 할 수 없다면 항공사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신규 노선 취항 등에서도 외면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항공업계에서는 “한국은 SAF 분야에서만큼은 항공후진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공항, 정유사 모두 SAF 실증이나 급유 이력 등을 쌓아야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면서 “미래 항공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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