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점포-글자 키운 ATM… ‘올드리치 잡기’ 은행의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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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방문해 입출금 등 서비스
‘월 5만 걸음’ 우대 금리 상품도
노년층 순자산 3년새 31% 증가
시중은행들 특화 서비스 경쟁

최근 시중은행들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점포와 금융 상품 등의 금융서비스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노년층의 인구 자산 비중이 커지면서 그동안 디지털화에 치중하며 이들을 외면하던 금융회사들이 ‘올드리치’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점포 수 감소로 은행 접근성이 낮아진 노년층을 겨냥한 ‘찾아가는 점포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7월 소액 현금 입출금과 통장 재발급 등을 해주는 ‘KB 시니어 라운지’를 시작한데 이어 연말엔 이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 노인 인구가 많은 서울 지역 5개 구(강동·강서·노원·은평·중랑구)의 복지관을 은행원이 찾아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도 올해 6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를 수도권 복지관을 대상으로 개설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동점포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은 기존 점포에 글자 크기를 키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배치하거나 노년층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을 주로 제공하는 ‘노년층 특화’ 점포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에 노년층 특화 점포를 처음 개점한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서울 강서구에 3호점까지 냈다.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적금 상품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60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월 5만 걸음을 달성하면 최대 3%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6월 당행 계좌로 5대 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보훈연금)을 수령하면 최대 5.5%의 금리 혜택을 주는 적금을 내놨다.

시중은행이 노년층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탁 서비스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1∼6월) 신탁 수탁액이 지난해 말보다 각각 26.5%, 15.4% 증가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올 7월 보고서를 통해 “신탁은 유산 상속에 적합해 최근 일반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시대에 자산 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과거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탁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노년층의 순자산 증가세는 전체 연령대 상승 폭을 웃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8327만 원으로 2019년 대비 31.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 증가율은 29.3%로 집계됐다. 39세 이하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 증가율은 21.4%에 그쳤다.

노년층(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은 2010년 10.8%에서 지난해 17.7%로 급등한 상황이다. 통계청은 2030년이면 해당 비율이 25.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디지털화에 집중하던 은행들도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더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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