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외치는 LG전자, 29세 이하 MZ직원 퇴직률 ‘30%’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31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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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지난해 '29세 이하 MZ직원' 자발적 퇴직률 29.9%
지난해 29세 이하 퇴사 직원수 3492명 달해
삼성전자·SK하닉보다평균임금 낮아, 경직된 조직 영향도
근본 대책 없으면 직원 중장년화 현상 가속화할 듯

LG전자의 지난해 29세 이하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직원 퇴직율이 29.9%로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직원 10명 중 3명 꼴로 퇴사한 셈으로 지난해 퇴사 직원만 3492명에 달한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LG전자 직원 연령대는 40~50대가 절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들린다.

31일 LG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9세 이하 정규직 직원 1만1676명 중 지난해 자발적 퇴직자 수는 3492명으로 퇴직률이 29.9%로 나타났다. 이는 LG전자의 30~49세 이하 직원의 자발적 퇴직률(7.8%)와 50세 이상 직원의 자발적 퇴직률(2.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자발적 퇴직율이란 전체 임직원 대비 징계나 해고, 구조조정, 정년퇴직 같은 비자발적 이유가 아니라 본인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 비율을 말한다.

LG전자 젊은 직원들의 퇴사율은 다른 대기업보다도 월등히 높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전체 자발적 퇴직률은 2.1%로 이중 30대 미만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률은 3.1% 정도였다. 현대차 직원들도 자발적 퇴직률이 0.94%에 그쳤다.

◆’임금·근무조건·성과급‘ 불만이 ’자발적 퇴직‘ 불러
해당 보고서는 퇴직자들의 퇴사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LG전자 젊은 직원들의 퇴직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임금이나 근무조건, 성과급(인센티브) 같은 변수들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LG전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삼성전자(1억3500만원), SK하이닉스(1억3300만원)보다 한결 낮은 편이다. 여기에 인센티브와 성과급 같은 또 다른 급여 조건도 LG전자 젊은 직원들의 퇴직율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정현경 사람인 매니저는 “MZ세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의지가 워낙 강하다보니 무조건 하나의 가치관에 따르라는 ’원팀 스피릿‘ 같은 조직 문화나 성과 보상체계에 불만을 느껴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LG전자 직원들의 중장년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수시로 젊은 직원들의 퇴사 메일이 날아 와서 이제는 잘 열어보지도 않을 정도”라며 “젊은 직원들은 떠나고, 나이 든 직원들만 남다보니 일부 부서는 15년차 직원이 막내인 경우까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LG전자 관계자는 “상품기획과 영업, 제품개발 관련 부서의 경우 3년차 이하 젊은 직원들을 사실상 보기 힘들다”며 “이 추세라면 향후 5~10년 후에는 직원들의 중장년화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LG전자의 29세 이하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은 2021년부터 급격히 치솟고 있다. 2020년 29세 이하 자발적 퇴직률은 13.3%로 1294명에 그쳤지만, 2021년 2547명, 2022년 3492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수박 겉핥기‘식 인재등용 지양…근본 대책 마련 시급
LG전자 젊은 직원들의 퇴직률이 크게 높아지며 조주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한 산학 연계나 해외 포럼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예 경영진들이 이런 ’수박 겉핥기‘식 노력보다는 더 근본적으로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게 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퇴직률이 무조건 낮은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저연차 젊은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률이 높은 것은 기업의 중장기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오일선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장은 “조직에서 퇴직률이 낮으면 정체되기 쉬운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건강한 조직은 평균 10~15% 안팎의 퇴직률을 보인다”며 “젊은 인재들을 위해 일하는 방식과 업무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직원 세대별 갈등을 줄이고, 젊은 세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조직의 경직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도 들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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