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백신입찰 담합…유한양행·녹십자 등 32개 업체에 과징금 409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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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0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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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백신 구매 입찰 관련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3.7.20/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백신 구매 입찰 관련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3.7.20/뉴스1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6년이 넘게 담합 행위를 한 녹십자(006280), 유한양행(000100), SK디스커버리(006120) 등 32개 사업자에 과징금 409억원이 부과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보령바이오파마 등 등 32개 사업자에 총 409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백신제조사 1곳과 백신총판 6곳, 의약품도매상 25곳이 참여했다.

백신제조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과징금 3억5100만원이 부과됐다.

백신총판 6곳의 회사별 과징금은 △한국백신판매(71억9500만원) △녹십자(20억3500만원) △SK디스커버리(4억8200만원) △광동제약(3억4200만원) △유한양행(3억25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1억8500만원) 등이다.

의약품도매상의 회사 및 개인별 과징금은 △에이치원메디(115억5200만원) △정동코퍼레이션(43억400만원)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40억6500만원) △새수원약품(34억5500만원) △송정약품(16억9700만원) △팜월드(10억4100만원) △웰팜(9억1800만원) △강승구 새수원약품 대표(8억6800만원) △비앤씨메디칼(5억3300만원) △코리아팜(4억5600만원) △지엔팜(4억4600만원) △에디팜(3억4700만원) △우리약품(9500만원) △태성메디텍(9500만원) △웰던팜(7800만원) △금청약품(2400만원) △인투바이오(900만원) △한스피엠아이(900만원) △메디원(600만원) △팜스원(500만원) △하메스(100만원 미만) △김종산 삼성바이오약품 대표(100만원 미만) 등이다.

의약품도매상 중 그린비, 그린위드, 신세계케미칼은 폐업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질병관리청, 국방부 등을 수요기관으로 조달청이 발주한 약 7000억원 규모의 170개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를 정해 147건을 낙찰받았다.

낙찰률(기초금액 대비 낙찰액 비율)도 100%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 100% 미만으로 낙찰받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 위원장은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이라며 “인플루엔자, 간염, 결핵, 파상풍, 자궁경부암, 폐렴구균 백신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백신 구매 입찰 관련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3.7.20/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백신 구매 입찰 관련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3.7.20/뉴스
우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기존 ‘제3자 단가계약방식’ 입찰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만 입찰담합이 이뤄졌다.

이 방식은 연간 전체 사용물량 중 5~10%를 쓰는 ‘보건소 접종물량’에 대해 입찰을 실시한다. 이후 나머지 90~95%를 차지하는 ‘병의원 사용물량’은 보건소 입찰결과에 따라 공급가격을 결정했다.

그러다 2016년부터 일부 백신(자궁경부암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의 입찰이 ‘정부총량구매방식’으로 변경됐다. 정부가 백신 수급 안정을 위해 연간 전체 물량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총판이 담합에 참여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가 됐다. 의약품도매상은 구매방식 변경에도 여전히 들러리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백신총판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구 SK케미칼) 등 3개사는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담합에 참여했다.

이번 사건은 백신 시장에 고착화한 관행을 보여준 사건이다.

전형적인 입찰담합의 경우 낙찰예정자 선정, 들러리 섭외, 투찰가격 공유 등을 위해 담합 참여자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담합 참여자들의 협의가 매우 쉬웠다.

한 위원장은 “백신 입찰 시장은 다른 시장보다 장기간에 걸친 담합 관행과 들러리 참여가 만연됐다”며 “답함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전화 한 통으로도 쉽게 들러리를 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담합건으로 다수의 업체가 소송 중인 것을 고려해 추가 고발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9년 9월 한국백신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는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백신 관련 입찰담합을 인지했다. 이후 검찰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담합건에 대해 추가로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총판은 이미 검찰에 고발돼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의약품 도매상들의 경우 입찰방해죄 등으로 유죄 선고를 받고 형이 확정된 상태라 별도로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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