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돌려받은 세입자 점점 늘어…임차권등기 월 4000건 돌파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6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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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신청건수 4193건…월별 기준 역대 최고 기록
지난 5월 대비 14.2%↑…전년 동월 대비 5배 급증
19일부터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고도 임차권 등기

역전세난이 점점 확산되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의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명을 돌파했다.

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집합건물의 ‘임차권설정등기(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1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지난 5월(3670건)보다 14.2% 증가한 규모이자 전년 동월(817건)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월 2081건 ▲2월 2799건에 이어 ▲3월에 3414건으로 3000건을 넘겼다. 이후 ▲4월 3045건 ▲5월 3670건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달 결국 4000건을 넘긴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5월 1243건에서 6월 1421건으로 14.3% 증가했다. 인천은 783건에서 954건으로 21.8%, 경기는 1007건에서 1144건으로 13.6% 늘었다.

지방에서는 울산, 경북 등에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급증했다. 울산은 이 기간 동안 26건에서 39건으로 신청이 50% 증가했고, 경북도 20건에서 28건으로 40.0% 늘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올 상반기(1~6월) 총 신청건수는 1만9202건으로 지난해 하반기(2022년 7월~12월) 7807건보다 약 2.5배 불어났다. 심지어 지난해 1년 간의 총 신청건수(1만2038건)도 반년 만에 넘어섰다.

임차권등기는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권리(대항력과 우선변제권)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이 신청하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 끝난 시점에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임대인의 당연한 의무지만 보증금 반환을 미루거나 심지어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임차권설정등기는 세입자에겐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로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이달 19일부터는 집주인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도 임차권등기가 가능해지면서 앞으로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이달 말부터 1년 간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집주인(개인)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해도 수억원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무리한 갭투자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선택으로 보이지만,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간과해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임대인을 구제함으로써 갭투기를 방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결국 750조원을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더 늘려 가계부채 위험을 더 높였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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