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밀가루값 내려달라”… 제분업계 “내달중 인하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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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에너지 비용 등 원가부담 여전”
라면값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소득 3.4% 늘때 라면값 12.4% 올라

올 1분기(1∼3월) 라면 물가가 전체 가구소득 증가율의 3배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도 3, 4배로 뛰었다. 이에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청함에 따라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 인하를 검토하기로 했다.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분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각각 9.9%, 7.5%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전 가구 처분가능소득 상승률(3.4%)의 2.9배, 2.2배에 각각 해당한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 연금, 사회보험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 물가가 12.4%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14.7%) 이후 1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큰 빵(14.3%), 아이스크림(11.8%) 등의 가공식품도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 64개(87.7%)의 가격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정부는 식품 물가 안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제분업계 간담회를 열고 CJ제일제당 등 7개사에 밀 수입 가격 하락을 밀가루 가격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라면 등 주요 식품의 가격 추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라면값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제분업계는 간담회를 통해 다음 달 중 밀가루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맥 가격이 하락했지만 아직 평년 대비 가격이 높은 데다 최근 에너지 비용 상승 등 부담 요인이 있다”며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원가 부담이 여전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반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정부에 밀 구매자금 지원 등을 건의했다”며 “다음 달 출하가격 인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밀가루값이 떨어져도 곧바로 라면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라면업계는 지난해 밀가루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제곡물 시세 상승이 이어지자 제분업계가 두 차례 가격 인상을 했고 라면업체들은 여전히 인상된 가격을 아직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라면에는 밀가루 외에도 전분과 수프 등 다양한 원재료가 사용되는 만큼 밀가루 가격이 라면 가격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밀가루값#제분업계#인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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