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헛소리 난무하는 금융시장… 지식 키워 분별력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합리적 투자-소비 결정 가로막는
허위 정보에 현혹되지 않는 법
자기과신 피하고 객관적 지식 높여야

금융 시장에서의 상품 마케팅이나 정보성 메시지는 종종 상품의 기능과 효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을 방해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시간의 무한함을 초월한다’, ‘지배 구조가 다양한 기업이 높은 수준의 자본 구조를 갖는다’, ‘고위험 주식에 투자하는 게 맞다. 잠재적 이익에 한계가 없으니까’ 같은 말들은 언뜻 인상적으로 들리거나 의미심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재무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별 의미 없는 말이다. 금융 시장엔 이런 쓸데없지만 그럴듯한 헛소리(Bullshit)가 넘쳐난다.

50개 주요 미국 은행 웹사이트를 분석한 2019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트에 사용된 용어나 문구의 절반 이상이 일반 고객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미국 밀레니얼세대의 73%는 보험 상품이 의도적으로 불투명하고 난해하게 설계됐다고 믿는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금융사와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상식적이고 명료한 설명을 회피하고 그럴듯한 헛소리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유발한다.

모든 사람이 이런 재무 관련 헛소리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럴듯한 헛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탐욕을 자극하는 허튼 주장이나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심사숙고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누가 헛소리에 취약하고 누가 저항력이 강한지를 판별하기 위해 스웨덴과 미국의 연합 연구진은 그럴듯한 헛소리 분별력의 특성을 재무 분야에 적용해 재무 헛소리 분별력, 재무 이해력, 재무 건전성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객관적인 재무 지식이 탁월한 사람은 재무 헛소리에 현혹될 가능성이 낮은 동시에 재무 이해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헛소리 변별력의 향상과 재무 이해력의 제고는 재무적 불안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헛소리 분별력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분별력이 최하인 참가자는 자기 과신이 매우 심했고 분별력이 최고인 참가자는 객관적 재무 지식이 남달랐다. 이는 자기 과신이 재무 헛소리에 대한 저항력을 무너뜨리는 내부의 적이며 반대로 객관적이고 탄탄한 재무 지식은 저항력을 끌어올리는 외부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무 분야는 투자자나 소비자의 건전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헛소리의 온상이다. 그 피해는 헛소리에 현혹돼 투자하고 소비하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무 헛소리 분별력은 이런 정보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을 사전에 선별하고 도울 수 있는 맞춤형 개입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렇게 헛소리에 취약한 계층에는 객관적 재무 지식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재무 이해력을 높이고 건전한 재무 행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재무 관련 헛소리#금융시장#자기과신 피하고#객관적 지식 높여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