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노키아 몰락뒤 학생-청년사업가 주도로 스타트업 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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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대 창업동아리 ‘알토이에스’ 방한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한 핀란드 알토대 창업 동아리 ‘알토이에스’ 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손바닥을 모으는 포즈를 취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한 핀란드 알토대 창업 동아리 ‘알토이에스’ 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손바닥을 모으는 포즈를 취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핀란드가 스타트업 강국이 된 건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선배 창업가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생태계 덕분이다. 핀란드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창업 콘퍼런스인 ‘슬러시’가 있다. 매년 겨울 열리는 이 행사에 각국 스타트업 관계자와 투자자가 2만 명 이상 몰려든다. 그런데 슬러시 말고도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 또 있다. 핀란드 알토대의 창업 동아리인 ‘알토이에스(Aaltoes)’다.

24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알토이에스 집행부 11명을 25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메리 헤이키넨 알토이에스 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핀란드 대표 기업인 노키아가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학생들이 국가 경제를 재건할 방법으로 기업가정신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핀란드에는 스타트업의 도전정신을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 ‘창업 국가 핀란드’ 만든 대학생들
알토대 학생들이 “기업가정신을 갖추고 꿈을 크게 갖자”며 2009년 만든 창업 동아리인 알토이에스는 ‘알토 기업가정신 사회(Aalto Entrepreneurship Society)’의 준말로 유럽에서 가장 활동적인 기업가정신 단체로 성장했다. 2000년대 핀란드 경제 상황에 충격을 받은 청년 엔지니어들이 알토대의 한 창고에 삼삼오오 모여 창업을 논의한 게 알토이에스의 시작이다.

핀란드 국민의 마음에 혁신을 불어넣기 위해 결성된 알토이에스는 ‘스타트업 사우나’라는 이름의 창업 공간에서 10여 개의 프로젝트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사우나에서는 ‘정션(Junction)’이라는 이름의 유럽 최대 규모 해커톤(일정 시간과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행사)이 2015년부터 열리고 있다. 디자인싱킹 해커톤인 ‘대시’와 딥테크(첨단기술)를 상용화시키는 24시간 문제 해결 대회 ‘딥다이브’도 이곳에서 열린다.

핀란드 창업가들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석 달간 보내 창업의 비전을 키우게 하는 ‘실타(Silta)’, 과학자들이 학계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딥테크를 사업화하도록 돕는 ‘툴바(Tulva)’, 대학생들에게 스타트업 정신을 심는 10주짜리 인큐베이팅 캠프인 ‘이그나이트(Ignite)’도 진행한다.

이런 노력들이 바탕이 돼 인구 554만 명인 핀란드에서는 4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활약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 중국 기업 텐센트가 10조 원을 투자해 인수한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은 2010년 알토대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이었다.

● 한국 스타트업 업계와 아이디어 교환 모색

알토이에스 집행부는 이번에 서울과 부산의 스타트업들을 찾아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기술 분야에 관심이 크다. 25일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서울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을 방문했다. 난테 키비넨 알토이에스 재무 담당은 “한국인은 헌신적이고 남을 기꺼이 돕는다는 점에서 핀란드 사람들과 닮았다”며 “핀란드는 대학과 스타트업 등 민간 위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는 반면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국가와 대기업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구조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알토이에스 출신들이 세운 핀란드 스타트업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음식 배달 스타트업 ‘월트(Wolt)’를 비롯해 기후기술로 탄소 제거 솔루션을 개발하는 ‘카보컬처(Carbo culture)’,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비즈니스 이메일 작성을 돕는 ‘플로라이트(Flowrite)’ 등이 있다. 헤이키넨 부대표는 “후배들을 키우고 돕는 알토이에스 동문들의 힘이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핀란드#노키아 몰락#학생-청년사업가#스타트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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