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원물가 주범은 ‘유가’…파급 기간 ‘美 1년 vs 韓 2년’

  • 뉴스1
  • 입력 2023년 4월 25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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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마친 차량에서 주유건을 뽑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지난 23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마친 차량에서 주유건을 뽑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국제유가 상승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이차 파급 효과가 미국에서는 1년간 지속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2년 가까이 끈끈하게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초 급등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국내의 경직적인 근원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은은 24일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 평가’ 제하의 BOK이슈노트를 펴냈다.

먼저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송상윤·임웅지·장병훈 과장은 “추정 결과 한·미 모두에서 근원물가 상승률과 노동시장 긴장도(타이트함·tightness)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그 영향은 미국이 한국의 2배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노동시장 긴장도가 서비스 부문의 근원물가 상승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한 결과, 미국은 36.6%에 달했지만 한국은 16.7%에 그쳤다.

여기서 노동시장 긴장도란 실업자 대비 빈일자리 비율(v/u)의 갭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시장 내 노동 수급 상황을 뜻한다. 즉, 한국의 근원물가는 미국보다 노동시장 수급 변화와 임금 인상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로 보인다는 추정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직적인 근원물가는 어디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

연구진은 “그간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이차 파급 영향을 비롯해 노동시장 외 요인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특히 한국은 에너지 원자재 수입물가, 그 중에서도 국제유가의 근원물가 파급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연구진이 수입물가 변동을 에너지 원자재와 다른 요인들로 구분한 결과, 한국에서는 지난해 월 평균 수입물가 상승률(26.5%) 중 19.0%포인트(p)가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 반면 미국은 7.8%p에 머물렀다. 한국의 에너지 인상 충격이 미국의 2배를 넘어선 셈이다.

나아가 연구진은 국제유가가 10%p 오를 때 한·미 근원물가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했다. 분석 기간은 2010년 1월~2023년 2월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국제유가 충격이 1년 정도 지속된 반면 한국에서는 2년 가까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유가 상승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빠르게 전가되지만 한국에서는 더디게 반영된다는 의미다.

이에 보고서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최근까지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익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장은 2023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석해 “최근 우리나라의 근원물가가 더딘 둔화 흐름을 보이는 것은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전가되는 이차 파급 영향에 적지 않게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장 압력,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이차 파급 영향 등을 감안하면 최근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근원물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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