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사옥과 도보 10분 거리…삼성 앞마당 침투한 애플스토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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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강남매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29일 오전 9시 반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5번 출구를 나오자 10여 명의 경호원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었다. 폭 36m, 높이 10m의 커다란 통창 안으로 애플 신제품들이 보였다.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한 시민은 “애플스토어가 새로 오픈했나요”라며 무표정한 얼굴의 경호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정식 개장을 이틀 앞둔 ‘강남 애플스토어’다. 애플의 국내 다섯 번째 매장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700m, 도보로는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애플은 최근 한국에 애플페이를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삼성과의 스마트폰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강남 애플스토어의 개장을 애플이 삼성 앞마당까지 들어온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실제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이달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61%, 애플이 32%다. 3년 전인 2020년 3월엔 삼성 66%, 애플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사이 격차는 44%포인트에서 29%포인트로 좁혀졌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점은 애플의 국내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스마트폰 사용자의 52%는 애플 아이폰, 44%는 삼성 갤럭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향후 구입하고 싶은 브랜드도 아이폰(53%)이 갤럭시(42%)를 앞섰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강남점에서 미디어 프리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3.3.29 ⓒ News1
이달 21일 애플페이가 국내에 첫 출시된 점도 한국 시장 공략의 대표적 사례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가 갤럭시 사용자들을 잡아두던 ‘락인(Lock-in)효과’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실제 애플페이는 출시 첫날에만 100만 명 이상 등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맞서 삼성도 27일 삼성페이를 통해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증 등을 발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하며 활용법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도 협업해 29일부터는 삼성페이를 쓸 수 있는 300만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도 쓸 수 있게 됐다.

애플 강남매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매장에서 만난 페트릭 슈르프 애플 리테일 부문 아시아 총괄에게 삼성 사옥 인근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지금 거리를 보면 알다시피 강남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애플스토어는 2018년 가로수점을 시작으로 여의도점(2021년), 명동점(2022년), 잠실점(2022)을 열었다. ‘애플 텃밭’으로 알려진 도쿄(5곳)와도 같은 매장 수다.

애플은 연내 홍대점 애플스토어도 문을 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슈르프 총괄은 “앞으로의 일은 말할 수 없지만 한국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젊은 세대가 많은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갤럭시를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 애플스토어에는 총 150여 명의 직원이 교대 근무를 하며 고객들의 매장 이용을 돕는다. 이날 매장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미국인 매장 직원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다 한국이 좋아 강남으로 옮겨 일하게 됐다”라며 “한국 대학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있는 만큼 다양한 나라의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했다.

강남 애플스토어는 31일 오후 5시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첫날 매장 방문은 29일 오전 8시부터 홈페이지 사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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