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화재-기습 가격인하 ‘겹악재’…“테슬라, 신뢰의 위기 직면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1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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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가 기습 가격 인하, 차량 화재 등 각종 이슈에 불거지며 새해 들어서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해 판매량이 약 18% 감소한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테슬라 판매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테슬라 차량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테슬라 모델Y 차량 1대가 세종시 국도 1호선을 지나다 교통사고를 낸 뒤 화재로 전소됐다. 운전자가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고, 이어 차량이 폭발하듯 불이 났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테슬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 화재 사고는 테슬라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모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는 반응도 있다.

9일 오후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의 한 국도에서 불이 나 전소된 뒤 뼈대만 남은 테슬라 차량이 이동식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세종시소방본부 제공
9일 오후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의 한 국도에서 불이 나 전소된 뒤 뼈대만 남은 테슬라 차량이 이동식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세종시소방본부 제공
하지만 앞서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테슬라 모델X에서 발생한 화재는 테슬라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목격담 등에 따르면 이 화재는 전기차 핵심 중 하나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류에서 시작됐다. 불이 나기 1시간 전부터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다는 메시지가 연거푸 떴고, 서비스 센터까지 견인돼 점검을 기다리던 중 ‘펑’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차량 아랫부분에서 발화가 시작돼 배터리 화재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테슬라 차주는 “BMS 오류가 있었던 만큼 테슬라 자체의 결함일지 몰라 불안하다”며 “BMS 문제가 있었다는 다른 운전자도 많아 테슬라 측의 공식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테슬라 모델X 차량에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류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성동소방서 제공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테슬라 모델X 차량에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류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성동소방서 제공
테슬라 차량 화재를 둘러싼 테슬라코리아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휴일이라 서비스센터가 운영하지 않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 대외 소통 창구가 없어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번 화재에 대해 현재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언론 등의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테슬라의 기습 가격 인하도 연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아시아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10% 이상 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가 최근 중국에서 지난해 9월 대비 약 13~24% 할인된 가격에 차를 판매하자 기존에 높은 가격에 차를 산 중국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환불 등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모델3(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RWD) 가격은 작년 말 대비 600만 원 내린 6434만 원, 모델Y(롱레인지)는 1165만 원 인하된 8499만9000원으로 하락하는 등 테슬라 주요 모델이 약 12% 인하됐다.

9일 중국의 한 테슬라 매장에서 테슬라의 할인 발표 전 구매한 고객들이 항의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9일 중국의 한 테슬라 매장에서 테슬라의 할인 발표 전 구매한 고객들이 항의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테슬라 전기차의 기술 수준을 상징인 완전 자율주행(FSD)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FSD 작동 시 핸들을 손에서 놨을 때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을 비활성화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동의한다’고 트윗을 남겼다. 그러자 미국 교통 당국은 FSD 시스템에 대해 안전 결함 조사와 연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 시장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8.3% 줄었다. 소비 침체에 신차 부족 등의 원인으로 꼽히는데, 여기에 가격 정책, 차량 안정성 등에 대해 물음표가 붙기 시작하면 판매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 인하는 단기 판매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기대해서 오히려 안 사게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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