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막히자 현금서비스로…저신용자 허리 휜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5일 0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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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막히자, 더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단기대출서비스)와 리볼빙(결제액 이월약정) 등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카드사들이 연초가 되면서 지난해 말 삭감했던 카드론 한도를 일부 복원하기는 했지만 부채액이 많은 서민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막혀 카드론을 받기 여전히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현금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전업카드사 7곳의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47조7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월말 자금수요가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연간 현금서비스 사용액이 50조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21년의 경우 12월 한 달 동안만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4조3725억원(9.6%)이나 늘어난 바 있다.

7곳을 포함한 전체 카드사의 지난해 현금서비스 사용액도 60조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2019년(59조124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현금서비스 사용액은 2020년 54조840억원, 2021년 55조1380억원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카드론 이용금액은 39조7069억원으로 집계돼 현금서비스보다 이용액이 8조 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카드론 이용금액이 52조1000억원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 줄어든 수치다.

은행 대출이 막혀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은 그동안 주로 카드론을 이용해 왔다.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 대신 금리가 더 높은 현금서비스 등으로 몰린 것은 카드사들의 일방적 한도 축소와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DSR 규제에 새롭게 포함된 영향이 크다.

당국은 지난해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했는데, 여기에 카드론을 포함시켰다. DSR에 막혀 대출 한도를 넘은 중·저신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카드론 대신 DSR 규제를 받지 않는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국내 카드사들도 일부 이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카드론 이용한도 축소를 통보하면서 급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금리가 카드론 보다 더 높아 대출의 질이 더 악화되고,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금리는 13.92~16.99%로 평균금리가 14.84%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금리는 14.32~18.4%로 평균 수수료율이 16.8%다. 같은기간 현금서비스 금리는 17.0~19.22%로 평균금리가 17.67%다. 현금서비스 금리 상단이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한 수준이다.

연초 들어 중·저신용자의 한도를 줄였던 카드사들이 일부 이용자들에게 다시 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는 있지만, 상당수가 포함이 되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도 중·저신용자들의 카드론 한도 축소를 이어갈 방침이라, 앞으로도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으로 몰리는 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카드론 한도를 확대하려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지난해 수준에서 카드론 한도를 늘리거나 줄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취약가구 등을 중심으로 높아진 채무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상환을 하지 못하는 등 부실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를 일컫는 ‘취약차주’ 비중은 전체 가계의 6.32%다. 또 취약차주에 근접해 있는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16.8%로 집계됐다.

최근의 금리 상승폭과 실물경기 상황이 비교적 유사한 과거 시기(2016년 2분기~4분기, 2017년 2분기~4분기)에는 비취약차주중 약 1.8%가 취약차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 확대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가계대출 내 취약차주의 비중을 약 8% 수준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시산된다.

전문가들은 실수요 대출인 카드론 규제를 풀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선별적 지원을 통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국이 카드론을 DSR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제2금융권 대출이 막힌 중·저신용 차주들이 한도에 막혀 카드론 보다 수수료가 더 높은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수료가 높아지다보니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고, 고위험 차주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실수요 대출인 카드론 특성을 감안해 DSR 규제를 풀어주되,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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