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기업 10곳중 6곳 “공급망 피해 경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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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 전경. 뉴시스
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 전경. 뉴시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네온가스의 40%를 국산으로 확대하고 2024년까지 전량을 국산품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런 국산화 전략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네온가스 등 천연가스 가격이 최대 20배 가까이 오르며 반도체 생산에 일부 문제가 생기면서 추진됐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네온 생산의 70% 가량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 전략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 상당수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제조기업의 공급망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6곳(62.3%)이 ‘지난해 공급망 위기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BBC 기업의 공급망 피해 원인은 복합적이다. 공급망 위기의 가장 큰 위협 요인(5점 만점)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3.9점)’, 자국우선주의 심화(3.8점),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3.7점) 등을 가장 높게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미중 갈등 심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쟁 장기화 등의 어려움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기업들은 공급망 위기가 계속되며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응답 기업 절반 가량(48.3%)은 ‘이미 대응하고 있거나 대응 중’이라고 답했다.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답변도 39.0%에 달했다. 실제 시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방안으로는 ‘조달, 판매처 다각화(43.9%)’, ‘기술 경쟁력 강화(23.2%)’,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10.3%)’ 등 순이었다.

공급망 애로 해소를 위해 생산기지 이전 등 해외시장 진출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10곳 중 4곳(39.7%)이었다. 배터리(45.2%), 반도체(42.2%), 제약바이오(30.7%)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최근 국내 3사 배터리 업체가 IRA에 대비해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캐나다, 호주 등으로 ‘탈중국’화를 하며 배터리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BBC 기업들의 투자는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계획에 대해 62.7%는 ‘작년보다 줄일 것’이라고 답해 ‘늘릴 것’이란 답변(37.3%)을 크게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반도체(68.8%), 제약바이오(67%), 2차전지(48.8%) 순으로 투자 감소 응답 비중이 높았다. 사이클에 민감한 메모리 업황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점이 반도체 분야 투자를 줄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거래처 발굴 지원’(35.3%),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협력 생태계 구축’(16.3%), ‘보조금 및 세액공제 확대’(14.7%)를 차례로 꼽았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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