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임대인’ 전세보증 사고액 4년간 117배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5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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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 모습. 뉴시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수차례 돌려주지 않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악성 임대인의 보증 사고액이 최근 4년간 10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지난해 3513억 원으로 2018년 30억 원 대비 117배로 늘었다.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사례가 3건 이상이면서 그 액수가 2억 원 이상이거나 연락 두절 등으로 상환 의지가 없는 임대인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분류한다.

올해 1월~7월까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 사고액은 1938억 원(891건)에 달한다. 지난해 보증 사고액이 3513억 원(1663건)임을 고려하면 올해 보증 사고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택 유형별로 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는 빌라(연립·다세대주택)·단독·다가구주택에서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주택 사고액은 2018년 9억 원(5건)에 그쳤으나 2019년 405억 원(203건), 2020년 1433억 원(704건), 2021년 2332억 원(1072건)으로 급증했다. 아파트·오피스탤은 2018년 21억 원(10건)에서 2019년 88억 원(52건), 2020년 387억 원(219건), 2021년 661억 원(380건)으로 늘었다. 최근 2~3년 사이 집값이 급등하면서 신축 빌라(다세대·연립주택)를 중심으로 전세사기나 깡통전세가 많이 발생하며 피해액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말 기준 HUG에 등록된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총 203명(개인 179명·법인 24명)으로, 이들이 일으킨 전세보증 사고는 3761건에 달했다. 이들이 돌려주지 않은 누적 전세보증금은 총 7824억 원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세대인 청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었다. 연령별 피해 현황을 보면 △10대 1건(4억 원) △20대 788건(1601억 원) △30대 2019건(4204억 원) △40대 590건(1240억 원) △50대 229건(505억 원) △60~90대 114건(249억 원) △법인 20건(21억 원)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합동 특별단속을 벌여 전세사기 의심사례 총 1만3961건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이중 HUG가 먼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이후에도 채무를 장기간 상환하지 않고 있는 집중관리 채무자 정보도 3353건에 달한다. 서 의원은 "보증 사고를 줄이고 임차인의 피해방지를 위해 계약 체결시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제도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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