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역전 장기화에 비상…한은, 내달 빅스텝 단행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2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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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보다 더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미 기준금리 차이 좁히기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존의) 0.25%포인트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드린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며 “포워드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야기했듯 4.0%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은 4.0%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전제조건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사전예고를 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향후 금리 인상이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과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뚫자 기준금리 인상 때 환율을 고려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 기준으로 2.5%로 같았던 한미 기준금리는 미국의 3번째 자이언트스텝으로 0.75%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이 심해지고, 원화 가치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금리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 한은도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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