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4세대 ‘대사 항암제’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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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iz]
㈜뉴지랩파마
1-2-3세대 항암제의 단점 보완해… 암 95%를 타깃으로 한 신약 개발
한국과 미국서 임상 동시에 진행… FDA서 흑색종 희귀의약품 지정돼
신약 개발 속도-비용 현저히 절감
폐암 치료제 상업화 가능성도 증가… 임상 결과서 치료 효과 입증돼

임재석 뉴지랩파마 신약사업부문 대표.
임재석 뉴지랩파마 신약사업부문 대표.
인류가 ‘암(癌)’과의 전쟁을 벌여온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의학과 생명과학의 발전을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 100여 년간 수많은 항암 치료제들을 세상에 내놨지만 ‘항암의 묘약’은 아직 없는 게 현실이다. 1세대 화학 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면역항암제도 전체 암의 약 10∼20%에만 반응률을 보인다.

항암제의 90%를 글로벌 제약회사로부터 수입하는 상황에서 국내 한 바이오 기업이 1·2·3세대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신약 기술로 ‘항암제 주권’ 확보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대사 항암제’ 분야에서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뉴지랩파마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 최초 4세대 간암 대사 항암제로 시험대에 오른 이 회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수십조 원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2026년까지 3060억 달러(약 41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폐암 치료제는 약 437억 달러(약 58조 원), 간암 치료제는 53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지랩파마는 이런 거대 시장에서 ‘KAT(KoDiscovery Anti-cancer Technology)’라는 대사 항암치료 기술로 세계 석권의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다.

대사 항암제란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없애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항암제를 말한다. 암 치료 시장의 대세인 면역항암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4세대 치료제다. 부작용과 내성, 낮은 반응률 등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전 세계 연구자들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하고 있다. 이미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대사 항암제 연구에 돌입했을 만큼 면역항암제를 잇는 새로운 치료 기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학회에서도 암을 대사질환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美 존스홉킨스 출신 고영희 박사가 KAT 개발 주도


신약 개발은 장기간에 걸친 고비용을 감당하고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뉴지랩파마는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신약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완벽히 새로운 기전의 대사 항암제인 KAT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 암세포의 영양 공급원을 차단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산소가 없어도 에너지를 만들고 증식을 할 수 있다. 무산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상 세포와는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를 포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다.

암세포 에너지 대사 조절 기전은 독일 과학자 오토 바르부르크 박사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바르부르크 효과’라고 불리는 이 이론으로 1931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후 바르부르크 효과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피터 피더슨 교수에 의해 재조명됐다. 그는 ‘암은 유산소 조건에서도 무산소 대사(해당 작용+젖산 발효)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바르부르크 박사의 대사 이론을 실제 규명했다.

피더슨 교수의 직계 수제자가 바로 KAT를 개발한 뉴지랩파마 INC. 미국 법인 CEO인 고영희 박사다.

존스홉킨스대에서 17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고 박사는 암세포에서 ‘3BP(3-Bromopyruvate)’로 불리는 작은 분자가 암세포 표면 작은 통로(MCT)를 통해 세포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3BP가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결국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피터 피더슨 교수와 고 박사는 현존하는 대상 항암제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떠올랐다.

전체 암 95%가 타깃… 한국·미국서 동시 임상 진입


KAT는 암종에 국한되지 않고 MCT가 있는 암에 보편적으로 약효가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체 암 중 95%가 타깃에 해당한다.

KAT의 약효는 이미 여러 사례로 증명됐다. 전임상 과정에서 쥐 간암 모델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고, 응급 임상제도를 통해 16세 소년의 간암 완치 사례도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KAT가 임상에 진입하는 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치료 효과까지 확인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전임상 유효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한 KAT는 한국과 미국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돋보이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뉴지랩파마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과 임상 2a상이 병합된 형태인 1/2a상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우선 간암을 대상으로 지난해 미 FDA 임상 1/2a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경북대병원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며, 환자 투약을 코앞에 두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 간암 대사 항암제가 된다.

임재석 뉴지랩파마 신약사업부문 대표는 “암 생성 규명의 최신 이론인 대사질환 이론을 기반으로 미개척 치료제인 4세대 항암제 개발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킬 것”이라며 “국산 4세대 대사 항암제를 개발하면 국내외 수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FDA로부터 미리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놓았기 때문에 신약의 상용화 기간도 단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KAT는 2020년 FDA로부터 간암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면 신약 개발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임상 2상만 종료하더라도 조건부 사용승인이나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을 신청할 수 있다. 임상 2상이 끝나면 직접 환자들과 병원에 의약품 판매를 하면서 임상 3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신약 개발의 속도와 비용을 현저히 절감할 수 있다.

간암 치료제의 잠재 시장성도 높다. 간암은 환자 유병률이 90만 명이 넘어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암종이다. 미국에서는 희귀한 질환에 속하지만, 75%의 환자가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다.

임 대표는 궁극적으로 블록버스터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글로벌 빅파마가 된다는 목표다. 그는 “미국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대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경우 지난해 약 23조 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며 “키트루다가 전체 환자 중에 10∼20%에게만 반응하는 데 반해, KAT는 모든 암종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유효성이 발효되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키트루다를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임상 설계도 달리했다. 실험군과 대조군을 공개하는 공개형(Open-Label) 방식의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 투여 이전과 이후 내약성의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개형 임상의 장점은 환자에게 약물을 언제 얼마나 투약했는지 경로를 CT나 MRI로 추적 관찰할 수 있어 유효성 데이터를 8주 간격으로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임상 후 데이터 확보, 결과 발표까지 보통 2∼3년 걸리는 기간을 10분의 1 수준인 3개월로 단축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4명 중 3명 ‘부분관해’… 폐암 치료제도 임상 막바지


최근에는 뉴지랩파마의 두 번째 파이프라인인 폐암 치료제 ‘탈레트렉티닙’의 상업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탈레트렉티닙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임상 1상을 마친 상태다.

현재 비소세포성 폐암 ROS-1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약은 임상 과정에서 2차 치료군 4명 중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 1명과 부분적으로 사라진 부분관해(PR) 3명이 관찰돼 해외 제품보다 뛰어난 임상 데이터를 보였다. 이를 비롯해 높은 혈뇌장벽(BBB) 투과 효과와 객관적 반응률(ORR) 등 탁월한 약효를 발휘해 높은 시장 가치를 증명했다. 앞서 중국과 일본에서 실시한 임상 2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92.5%의 ORR(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91.7%의 ORR(뇌전이 환자에서) 치료 효과 등 탁월한 약효를 입증했다. 탈레트렉티닙은 이를 통해 2022년 8월 미 FDA에서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됐고, 국내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향후 임상 2상 후 조건부 판매를 목표로 하는 탈레트렉티닙이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경우 타깃 시장은 400억∼500억 원 내외라고 분석했다.

뉴지랩파마는 내년 2분기까지 탈레트렉티닙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조건부 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6월에는 탈레트렉티닙과 유사한 약물을 개발하는 미국의 터닝포인트사가 5조3000억 원에 팔리면서 무진행 생존 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이 4.6개월이나 더 긴 탈레트렉티닙의 시장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당뇨복합체 ‘NGL-101’도 이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NGL-101은 기존 당뇨병 치료제인 ‘다파글리플로진’과 ‘시타글립틴’을 하나로 합친 개량신약으로, 1상만 마치면 신약 허가가 가능하다. 현재 1상 임상시험에서 환자 투약을 완료하고 결과를 분석 중이다.

뉴지랩파마는 늦어도 2024년부터 파이프라인 상업화에 따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탈레트렉티닙과 당뇨복합체인 NGL-101의 신약 허가 취득 시기가 내년 하반기로 예상돼 두 가지 파이프라인에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뉴지랩파마는 올해 초 KGMP 시설을 갖춘 제약회사인 아리제약과 바이오 콜드체인 전문기업 한울티엘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부터 생산, 판매, 운송에 이르기까지 제약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하며 종합제약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임 대표는 “최근 주요 파이프라인들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사 항암제 분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고 있다”며 “현 상황을 좋은 기회로 삼아 세계 최초의 다중기전 대사 항암 치료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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