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외부기술 확보 위해 CVC 적극 활용…전략적 제휴와 병행 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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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투자, 기술혁신 촉진하지만
투자 국가 지나치게 넓히면
불필요한 비용 상승 등 부작용
전략적 제휴와 중복도 유의를

내부 연구개발(R&D)을 통해서만 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느낀 대기업들이 최근 외부 기술 확보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CVC는 파괴적 기술 혁신을 포착하고 선점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파괴적 기술 혁신이 주로 대기업보다는 신생 벤처 기업에서 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CVC 투자를 통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을 갖춘 신생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구글, 인텔, 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CVC 투자 활동을 국내로만 제한하지 않고 해외로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리적 다각화는 투자 활동에 불필요한 비용을 상승시키는 등 부정적 측면 역시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연구팀은 CVC 투자를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하는 정도(지리적 다각화 수준)가 기업의 기술 혁신 성과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유럽 내 주요 국가에서 활동하는 250개의 대기업 중 1998∼2007년 특허 출원과 CVC 투자 활동 기록이 있는 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을 진행했다. 검증하고자 하는 각 기업의 기술 혁신 성과는 연도별 특허 출원 건수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 CVC 투자의 지리적 다각화 수준은 기업의 기술 혁신 성과와 ‘역U’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다. 즉, 기업의 CVC 투자 활동 범위를 여러 국가로 확대할수록 혁신적인 기술을 지닌 신생 기업을 발굴할 가능성이 커지고 내부의 기술 혁신도 촉진됐다. 그러나 지나친 지리적 다각화는 장애가 되기도 했다. 너무 많은 국가에서 CVC 투자를 전개하게 되면 국가별로 다른 정치, 문화,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치러야 할 노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즉, 투자 활동을 벌이면서 신생 기업의 기술 혁신을 내재화하기 위한 조직 체계나 업무 프로세스 등을 각 국가 상황에 맞게 마련해야 하는 등 상당한 투자가 요구됐다.

또한 기업이 외부 기술 확보의 수단으로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 CVC 투자 효과는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적 제휴와 CVC 투자는 외부 기술 확보 수단이라는 목적 면에서는 유사한 활동이다. 하지만 각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조직 체계, 업무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기업이 이를 운영하고 내부에서 활용하는 방법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특히 동일한 국가, 동일한 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와 CVC 투자를 병행해 외부 기술 확보를 추진하는 경우 활동이 중복되는 효과를 냈다. 이로 인해 오히려 각 활동의 한계 효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유행에 편승해 CVC 투자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기술 확보 활동들을 먼저 점검한 다음, 중복되지 않는 형태로 기술 확보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cvc#기업형벤처캐피털#벤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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