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선호 강남 오피스 품귀… 전통기업, 사무실 못구해 이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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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강남 오피스 공실률 0%대

#1.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무실이 있었던 한 명품 브랜드는 최근 광화문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기존 사무실 계약 기간이 끝난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재택근무 비중이 줄면서 새 사무실을 찾았지만 강남 일대에는 마땅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역 근방에 있던 한 금융회사도 같은 이유로 최근 여의도로 이사했다. 인근에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임차료를 내고는 적당한 규모의 공실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2.
채용 솔루션 스타트업인 A사는 최근 강남구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확장 이전했다. 130명이었던 직원 수가 최근 늘어난 데다 추가 채용이 필요해 아예 200명까지 일할 수 있는 사무실로 이사했다. 한동안 사무실이 없어서 일부 직원이 공유 오피스를 쓰다가 이번에 합치게 됐다. 임차료가 3배 가까이 뛰었지만 지난해 말 1600억 원 정도 투자를 유치한 게 실탄이 됐다. 이 기업 관계자는 “기업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감당할 만한 금액”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 지역 오피스가 제조·금융업 등 전통산업 중심에서 벤처·스타트업 등 테크기업으로 손바뀜하면서 지각 변동이 이뤄지고 있다. 엔데믹 이후 오피스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며 적절한 공간을 찾지 못한 기존 기업들이 광화문, 여의도 등 타 지역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테크기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강남 지역 변화가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강남 지역 오피스는 공실률이 제로(0)에 가깝다. 상업용부동산기업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강남권(강남·서초구) 대형빌딩 공실률은 0.61%로 사실상 0%에 수렴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강남의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6.4%다. 2017년 1분기(5.8%) 이래 2020년 1분기(5.7%)를 제외하고 두 번째로 낮다. 사무실 이사 등으로 발생하는 대형 오피스의 자연공실률이 5%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실이 없을 뿐 아니라 대기 수요도 상당한 셈이다.

이 같은 ‘제로 공실률’은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며 수혜를 본 테크기업들이 높은 임차료에도 강남 오피스 선점에 나선 영향이 크다. 실제 올해 5월 강남역 인근에 준공된 케이스퀘어 강남Ⅱ 빌딩은 23개 층 중 총 12개 층에 정보기술(IT) 기업이 대거 입주했다.

이들이 강남 지역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원활한 인력 수급이 꼽힌다. 주거부터 놀이까지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져 젊은 인재들이 근무지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개발자 채용이 많은 IT기업이 최근 10년간 강남과 경기 성남시 판교 중심으로 성장한 영향이 크다. 빌딩중개법인 에이플러스리얼티 이진수 전무는 “IT산업은 개발자들이 기업과 인력이 집중된 강남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강남을 떠나 다른 지역 오피스를 찾으며 광화문과 여의도 지역의 공실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3분기(7∼9월) 10.3%까지 올랐던 광화문 오피스 공실률은 올해 1분기 6.4%로 줄었다. 파크원 빌딩 입점 등으로 한때 공실률이 20.6%(2020년 3분기)까지 올랐던 여의도권역 역시 올해 1분기 공실률 3.1%로 2011년 2분기(4∼6월) 이후 10여 년 만에 최저 공실률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포화 현상에는 강남 업무지구의 지역 특성도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오피스 빌딩이 테헤란로에 집중돼 강남 업무지구 기능이 확장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은 신규 오피스 공급이 없다시피 하다”며 “강남의 경우 송파구 등 인근 부지를 정비해 업무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강남#오피스 품귀#테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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