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하루 10원이상 급등락… 유학생-기업 ‘환율 눈치작전’

입력 2022-06-13 03:00업데이트 2022-06-13 03:0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롤러코스터 환율에 곳곳서 혼란
미국 유학생 김모 씨(25)는 이번 달 생활비를 평소보다 앞당겨 받기로 했다. 여태껏 그는 매달 20일 한국의 부모님으로부터 송금을 받았다. 하지만 잠시 주춤하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름세(원화 약세)를 보이자 돈을 미리 받기로 한 것이다. 김 씨는 “미국 물가가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는데 환율마저 올라 실질 생활비가 한참 모자라다”며 한숨을 쉬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0원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미 현지에 달러를 보내야 하는 유학생 가족과 수입기업은 환율 하락을 기다리며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앞서 1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268.9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2일 달러당 1300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은 지난달 30일 하루 만에 17.6원 급락하며 1238.6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가치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수입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입업체인 A 기업은 환율이 1200원대 초반이던 올 4월 환율 하락을 기대하며 은행에 이자를 내고 수입신용장(LC)대금 결제를 한 달 연장했다. 기대와 달리 환율은 계속 올라 A 기업은 결국 1300원에 가까운 환율로 대금을 결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헤지(위험 회피) 수요가 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환차손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율을 미리 정해 두는 선물환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환율이 요동치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긴축, 인플레이션이 겹쳐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세 저지를 위해 구두 개입에 나서고, 달러 ‘팔자’ 움직임이 갑작스레 나타나며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되는 것이다.

게임회사인 C 기업은 지난해부터 미국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수출대금으로 받은 약 500억 원어치 달러를 지난달 한 번에 환전해 약 20억 원의 환차익을 봤다.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자 고점이라고 판단해 환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이 같은 달러 매도가 늘어나며 2월까지만 해도 평균 100억 달러를 밑돌던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하루 거래량은 지난달 30일 186억2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거주자가 가진 외화예금도 4월 말 869억9000만 달러로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7∼12월)부터는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봉제 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미국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이미 시장에 먼저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유럽중앙은행 등도 최근 긴축을 시사한 만큼 앞으로는 달러 가치가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 재무부는 10일(현지 시간)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이 원화 약세로 대미 무역과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봤다는 게 재무부의 평가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2019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매번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12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랐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경제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