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집콕에 가전 구매 → 작년 외출 늘며 가방-옷… 소비 타깃 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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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 통계 들여다보니

서울 도심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 가방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있다. 지난해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가방, 의류 소비가 특히 늘었다. 동아일보DB
서울 도심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 가방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있다. 지난해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가방, 의류 소비가 특히 늘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가방과 옷을 산 사람들이 유독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엔 인테리어 열풍에 가전과 가구에 집중됐던 ‘보복 소비’ 품목이 1년 만에 바뀐 모습이다. 편안한 실내복을 입고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점차 사무실로 돌아오고, 한때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개팅이나 모임에 나가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옷장을 열고 코로나19와 함께 묵었던 가방과 옷들을 점검하며 코디에 분주해졌다. 가방과 옷으로 치장하느라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에 백화점은 매출이 늘었다. 》

‘보복소비’ 가구서 옷-가방으로


직장인 강모 씨(36)는 지난해 여름, 오전 3시부터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앞에서 정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 버텼다. 250만 원가량의 명품 가방을 손에 쥐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오픈런’(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가 뛰어가는 것)에 뛰어든 것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뒤 해외여행을 못 가면서 쌓인 ‘여행 적금’을 과감하게 쓰기로 했다. 강 씨는 “여행자금은 어차피 나를 위해 쓸 돈이어서 명품 가방을 사는 데 썼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집에 주로 머물며 가구, 가전제품 소비에 주력했던 소비자들이 지난해에는 가방, 의복 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어졌지만 소비자들이 슬슬 바깥 활동을 늘리며 관련 물품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통계청의 2021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119.1(2015년=100)로 1년 전(112.9)에 비해 5.5% 상승했다. 가전제품, 가구 등 비교적 오래 사용하는 내구재는 5.1% 증가했다. 의복, 가방 등 준내구재(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가인 내구재)는 12.4% 늘어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준내구재 판매 증가율은 1999년(13.2%)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가방이다. 가방의 소매판매액지수는 116.7로 전년(84.5) 대비 38.1% 증가했다. 의복 판매액도 2020년에는 17.4% 줄었지만 작년에는 15.0% 늘었다. 가방이나 의복을 많이 파는 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1% 올랐다. 편의점(6.8%), 대형마트(―2.3%), 기업형 슈퍼마켓(―9.1%) 등을 앞질렀다.


의복, 가방 소비가 급증한 이유는 2020년 외출이 줄며 관련 품목 소비가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 성격이 강하다. 해외여행 제한에 지친 소비자들이 억눌렸던 소비를 분출하는 ‘보복 소비’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1년 차인 2020년에는 보복 소비가 가전, 가구에 집중됐다. ‘집콕’으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1년엔 보복 소비 대상이 가방, 의복으로 옮겨 간 것으로 보인다. 작년엔 재택근무를 하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는 직장인들이 생겨났다. 한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며 모임이 늘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외출, 출근 수요가 많아지면서 의류 매출은 회복되는 추세”라며 “모임과 출근 때 많이 입는 컨템퍼러리 상품군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보복 소비 품목 변화와 함께 소비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승용차 판매액은 2020년 전년 대비 16.3% 급증했다가 2021년엔 0.3% 감소했다. 국산차 판매는 6% 감소했지만 비교적 고가인 수입차 판매는 13%나 늘었다. 주식,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수익을 낸 신흥 부자들이 소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은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당분간 소비 양극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로 생활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라며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소득 하위계층과 상위계층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소매판매 통계#오픈런#소비심리#가방#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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