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조차 없다”…서울 외곽부터 ‘집값 하락’ 왜?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4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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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예요.”

지난 2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아파트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는 끊겼는데, 시장이 조금이라도 좋을 때 집을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급매물이나 호가를 물어보는 전화 문의조차 없다”며 “갈수록 매물이 늘고 있지만, 초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안 된다”고 전했다.

서울 외곽지역을 시작으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때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끈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이 최근 서울 평균 상승률보다 낮고, 일부 단지에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 폭이 꾸준히 줄면서 외곽지역에서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특히 은평구는 1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되는 등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서울 외곽지역에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5% 상승해 지난주(0.07%)대비 상승 폭이 0.02% 하락했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가운데 15곳이 전주 대비 상승 폭이 줄었다.

은평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다. 또 관악구(0.00%)가 지난주에 이어 보합을 유지했고, 지난주 0.02% 상승이던 금천구도 보합 전환됐다.

다만, 강남과 용산 등 주거 선호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북지역에선 용산구(0.08%), 강남지역에선 ▲서초구(0.12%) ▲강남구(0.09%) ▲송파구(0.07%) ▲강동구(0.04%)에서 상승세가 여전하다.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 9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전용면적 58㎡)는 지난 10월 22일 8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8000만원 하락했다. 또 상계주공9단지(전용면적 41㎡)은 지난 8월 6억28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뒤 지난달 5억95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62건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월간 최소 거래량이다. 강북구가 단 2건에 그치는 등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절벽 현상이 현실화됐다.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은 대출 규제가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차단되고,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돈줄이 끊기면서 젊은 수요층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이나 ’패닉바잉‘(공황구매) 등의 주택 수요가 급감했다.

서울에선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심해지고 있으나, 내년 대선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지역에서의 관망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 규제로 서울 외곽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중저가 아파트들이 밀집한 외곽지역에서 주택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커지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집값이 바닥이라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시장을 관망하는 형국이 이어질 것”이라며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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