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차세대 이지스함, SM-3 탑재해야 ‘신의 방패’ 된다

  • 주간동아
  • 입력 2021년 12월 5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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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탐지 후 타격할 ‘주먹’ 없는 세종대왕급 반면교사 삼아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III 배치(Batch) II 조감도.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III 배치(Batch) II 조감도.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10월 5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해군, 방위사업청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해군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III 배치(Batch) II 선도함 기공식이 열렸다. 기공이란 블록(Block) 형태로 제작·조립되는 함정(艦艇)의 첫 블록을 건조용 선대에 거치하는 단계다. 함정 건조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은 건조에 돌입한 1번 함에 이어 2번 함 건조 계약도 최근 수주했다.

광개토-III 배치 II는 현재 3척이 도입된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한계 때문에 탄생했다. 세종대왕급의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눈’만 있을 뿐 적을 타격할 ‘주먹’이 없다는 것. 세종대왕급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전투체계와 레이더를 선정하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3~2004년 목표 성능 및 기본 설계를 확정해 기공했다. 미국 해군 주력 전투함 알레이버크급과 동일한 이지스 레이더 SPY-1D(V)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및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췄다.

10월 5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III 배치(Batch) II 선도함 기공식. [뉴스1]
10월 5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광개토-III 배치(Batch) II 선도함 기공식. [뉴스1]
‘눈’만 있고 ‘주먹’ 없는 이지스함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 일본과 함께 다국적 공동구매 형태로 레이더 및 전투체계를 도입해 약 3억 달러(약 3537억 원) 예산을 아꼈다. 당시 생산된 이지스 레이더·전투체계는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2A 버전(DDG-91~DDG-112) 일부 물량과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 2척, 한국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에 적용됐다.

문제는 외견상 똑같은 전투체계 버전인 베이스라인(Baseline) 7.1 사양임에도 한미일 3국 이지스함의 성능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옵션 사양으로 채택한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BMD) 시스템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지스함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군함 함체뿐 아니라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 높은 사양의 게임을 즐기거나 이미지·영상을 원활하게 편집하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지스함이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면 BMD라는 별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당시 반미 여론과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미국·일본 주도의 MD망에 가입하지 않겠다”며 이지스 BMD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세종대왕급 구축함 3척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포착해도 이를 타격할 수단이 없게 됐다. 세종대왕급 도입 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현실에서 추진된 것이 광개토-III 배치 II 사업이다. 그렇기에 BMD 능력을 갖춘 베이스라인 9.C2 버전을 전투체계로 채택했다.

베이스라인 9.C2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이지스 전투체계에 옵션으로 붙던 BMD 시스템이 기본 기능으로 탑재된 덕에 IAMD(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능력을 갖췄다는 점. 기존 이지스 전투체계는 탄도미사일 대응 임무를 수행할 때 다른 대공 탐지 기능이 모두 멈춘다. 4면 고정형 레이더 중 1개에 전력과 데이터 연산 능력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도탄 대응 임무를 수행하는 이지스함에 적이 미사일을 쏘면 꼼짝없이 당한다. 일본이 우수한 방공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6척을 확보하고 이를 지원할 고성능 방공 구축함 아키즈키급 4척을 추가 건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IAMD 능력을 갖춘 신형 이지스 전투체계는 탄도미사일 대응과 방공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면서 자신에게 접근하는 다른 공중 표적도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기경보기·전투기·군함 한 몸처럼
베이스라인 9.C2 버전은 방어뿐 아니라 공격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기존 이지스함은 위상배열레이더로 목표를 탐지·추적한 후 표적조사기(Illuminator)를 통해 요격미사일을 유도한다. 1000개 이상 표적을 동시에 탐지해도 표적지시기 능력 제한으로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은 20개 안팎이다. 이와 달리 베이스라인 9.C2 버전은 ‘링크-16’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이용해 아군의 다른 자산과 전장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최근 미 해군은 NIFC-CA(Naval Integrated Fire Control?Counter Air)라는 개념으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조기경보기와 전투기, 군함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엮여서 함께 싸우는 협동 교전 개념이다.

이지스함은 지구 곡면 효과의 영향을 받는 37~40㎞ 거리부터 해수면 가까이 날아오는 표적을 탐지하기 어렵다. 만약 공중의 아군 전투기·조기경보기와 데이터링크를 한다면 수백㎞ 밖에서부터 표적을 탐지해 공격할 수 있다. 차세대 이지스함은 채택 가능한 무장도 대폭 늘어난다. 신형 베이스라인 9.C2 버전은 사거리 700㎞, 요격고도 500㎞ 수준인 기존 SM-3 블록 IA/B 미사일은 물론, 사거리 2500㎞, 요격 고도 1500㎞까지 확장된 최신형 SM-3 블록 IIA 미사일도 사용할 수 있다. 2023년 배치되는 신형 SM-6 블록 1B도 운용이 가능해 중국 대함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남은 과제는 한국 정부의 결단이다. 이처럼 강력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을 도입하면서도 전투체계와 결합해 강력한 방공 능력을 발휘할 ‘펀치’, 즉 미사일 구매는 지난 4년간 지지부진했다. 한국은 2016년 8월 미국 록히드마틴과 이지스 베이스라인 9.C2 전투체계 구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듬해 정권교체로 해당 전투체계와 결합해 사용해야 하는 SM-3 요격미사일 구매 절차는 ‘올 스톱’ 됐다. 국방부는 2017년 3월 국방대 산학협력단에 ‘KAMD 보강을 위한 해상 탄도탄 요격 유도탄의 효용성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 SM-3 요격미사일 효용성에 대한 평가가 뼈대였다. 5개월 후 국방대 연구진은 육상 배치 요격미사일에 의존한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각 발사나 고고도 EMP(전자기펄스) 공격 등에 대응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SM-3 미사일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보고 받고도 SM-3 미사일 도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국방부가 중국과 외교 마찰을 의식한 탓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해군 군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사진 제공 · 미 해군]
미국 해군 군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사진 제공 · 미 해군]


진정한 ‘신의 방패’ 되려면
그동안 군 당국은 SM-3가 높은 가격 대비 북한 신형 미사일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해왔다. SM-3 대신 저렴한 SM-6 도입이 답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M-6는 속도가 느리고 원거리 교전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수년간 요지부동이었기에 신형 이지스함도 기존 이지스함처럼 ‘깡통’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와중에 최근 일부 언론이 합동참모본부가 차기 이지스 구축함 3척에 SM-3·SM-6 미사일 두 종류를 모두 탑재해 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군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2024년 해군에 인도될 차기 이지스함 건조 일정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차세대 이지스함은 SM-3와 SM-6를 모두 갖춘, 진정한 신의 방패가 될 수 있을까.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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