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 위해 60조 규모 개발사업 추진…실효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7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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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0년까지 전국토를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동해안과 서해안 등 2개 해안권을 포함한 5개 권역에서 577개, 60조 원 규모의 다양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조치는 국토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된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해안내륙권 발전법)’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지역으로의 인구와 경제력 집중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계획이 사실상 실패한 것이며, 보여주기식 개발계획 묶음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해안·내륙권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국토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했다고 17일(오늘) 발표했다. 변경안은 근거 법령인 해안내륙권발전법의 시효가 2020년에서 2030년으로 연장된 데다, 최초 법령이 만들어진 이후 산업·경제 등 환경여건이 변화한 점 등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확정된 변경안에 따라 추진될 사업은 모두 577개, 60조 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간 추진해온 지역 간 연계사업이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 이외에 초광역적 지역특화벨트 구축 등 국가전략산업과 연계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해안내륙발전법에 따라 지정된 6개 초광역권 가운데 지난해 변경을 끝낸 남해안권을 제외한 동해안권과 서해안권, 내륙첨단사업권, 백두대간권, 대구·광주연계협력권 등 5개 권역에서 추진될 사업들이다.

● 동해안권…에너지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울산과 강원, 경북을 포함하는 동해안권은 ‘지속가능한 환동해 블루 파워벨트’를 목표로 ① 에너지산업 신성장 동력화 ② 글로벌 신관광 허브 구축 ③ 산업 고도화 및 신산업 육성 ④ 환동해권 소통 연계 인프라 구축 등 4개 추진전략을 설정하고, 83개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수소경제 선도를 위해 수소경제벨트 조성,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융복합 에너지 거점 구축 등 에너지 산업을 신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동해·삼척 핵화수소 클러스터, 울산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사업, 강릉 환동해 해양메디컬 힐링센터 조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강원 삼척에서 고성을 잇는 동해안 바닷가 경관도로, 경북 포항에서 울진을 연결하는 동해안 내셔널 트레일 등이 조성된다.

● 서해안권…전략산업 육성거점이자 글로벌 경제협력지대
인천과 경기 충남, 전북이 포함된 서해안권은 ‘혁신과 융합의 글로벌 경제협력지대’를 발전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바이오 산업벨트 구축과 스마트 모빌리티 클러스터 등 국가전략산업 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① 국가전략산업 집적·클러스터 조성 ②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 및 특화산업 육성 ③ 국제적인 생태·문화·관광거점 조성 ④ 초국경·초광역 공동발전협력체계 구축 ⑤지역·발전거점 간 연계 인프라 확충 등 5개 분야, 106개 사업이 추진된다.

이 가운데 시흥 의료바이오·무인이동체 연구 클러스터나 서산·태안 도심항공교통 클러스터, 서천 해양바이오 육성 클러스터 조성 등 26개 사업이 핵심사업으로 선정됐다. 또 서해안권 전체를 연결하는 관광도로 조성과 마리나융복합 산업거점 및 연계루트 개발, 김포·파주 평화경제특구 조성 등도 검토된다.

● 내륙첨단산업권…미래형 첨단 신산업 생태계 구축
대전과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등을 포함하는 내륙첨단산업권은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 국가 혁신성장 선도지역’을 목표로 한다. 산업기반이 되는 소재·부품·장치(일명 ‘소부장’) 클러스터의 구축과 정보통신기술(ICT) 응용단지 조성 등을 통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첨단산업권역이자 지속가능한 혁신성장권역으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① 미래지향 과학기술 혁신인프라 조성 ② 지역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기반 구축 ③ 지역자산 기반 문화관광 거점 조성 ④ 지역인프라 구축 등 4대 부문에 걸쳐 146개 사업이 추진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핵심사업으로는 원주 초소형 전기차 부품개발, 충주 수소 모빌리티 파워팩 기술지원센터 구축, 대전 지능형 로봇기반 정밀공정혁신 테스트베드 구축, 금강권역 역사문화관광 플랫폼 구축 등 11건이 선정됐다.

● 백두대간권…관광산업 활성화 통한 글로벌 그린벨트
강원과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을 포함하는 백두대간권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글로벌 그린벨트’가 목표다. 백두산에서 출발해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인 백두대간에 연결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설정이다.

이런 권역특성을 고려하여 생태보존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반을 두고, 융복합 신산업 지원 확대와 백두대간 특화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미래지향적 성장기반 구축, 지역산업 활성화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① 지역산업 고도화 및 신산업 창출 ② 융복합형 녹색여가 벨트 구축 ③ 지속가능한 녹색환경 조성 ④ 연결성 극대화를 통한 네트워크형 공간 구축 등 4개 부문, 155개 사업이 추진된다.

이 가운데 태백 웰니스 항노화 체험단지 조성, 태백 세라믹 융복합 소재산업 클러스터 구축, 봉화 국립 임산물 클러스터 구축, 구례 에코힐링타운 조성 등 30건이 핵심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한반도 트레일 세계화 조성사업이나 신비한 지리산 D-백과사전 구축사업 등도 추진이 검토된다.

● 대구·광주 연계협력권…동서 화합 통한 동반성장 모델
대구와 광주, 전남과 경북을 아우르는 대구·광주 연계 협력권은 ‘끈끈한 영호남의 연계·협력, 모범적인 동반성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역 갈등 진앙지인 대구와 광주를 한데 묶어 화합을 이끌어 내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를 위해 ① 문화·관광·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연계 ② 첨단·융합산업 중심 산업구조 고도화 ③ ‘지역특화산업 육성·지원 ④ 초광역 연계 인프라 구축 등 4개 부문에 걸쳐, 87개 사업이 집중 추진된다.

이 가운데 핵심사업으로 달빛예술 힐링체험공간 확충(대구·광주), 전국관광환승센터 조성(대구·광주), 인공지능 바이오 헬스케어 밸리(대구·광주) 등 19건이 선정됐다. 또 대구와 광주를 잇는 영호남 동서 고대문화권 역사·관광루트나 에코하이웨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도 검토 대상사업에 포함됐다.

● 수도권 집중 심화로 사실상 실패한 정책
이번 변경안에 포함된 사업들은 모두 국가나 지자체가 추진 중이거나 민간이 투자사업으로 제안한 것들이다. 국토부는 계획대로 사업들이 추진된다면 투자액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118조9418억,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48조81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또 고용창출효과도 무려 75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백원국 국토부 국토정책권은 “해안·내륙권 발전종합계획은 초광역적 지차체 협력의 선도사례이고, 국토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에 변경된 발전종합계획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부 기대가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07년 말 관련 법(당시 ’동서남해안권 특별법‘)이 제정되고, 2008년 6월부터 법에 따른 제도가 시행됐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구와 경제력 집중은 심화됐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말 전국 인구의 절반을,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는 2017년 말 전국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해안·내륙권 발전종합계획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국토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세운 각종 개발계획들을 종합해놓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실현 가능성이나 지자체의 수행능력 등을 고려한 보다 검증된 사업계획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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