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연차 못쓴 1년 계약직, 26일치 수당 받으려면 하루 더 일해야”

송혜미 기자 입력 2021-10-26 03:00수정 2021-10-2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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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노동잡학사전]〈10〉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
대법원은 최근 1년 계약직 근로자는 연차가 최대 11일 발생한다고 판결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동일한 경우 최대 26일 연차가 발생한다고 해석해 왔다. 노동 현장에서 혼란이 우려되는 이유다. 동아일보DB
1년 동안 일한 대가로 주어지는, 돈을 받고 쉴 권리. 바로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연차 유급휴가(연차)입니다. 1년 중 80% 이상 근무하면 최소 15일 연차가 발생합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미만의 근로자라면 한 달 개근할 때마다 하루씩 최대 11일 연차가 부여됩니다.

그렇다면 연차는 언제 발생하는 걸까요. 한 해 근무를 다 마친 그 순간일까요, 아니면 그 다음 날일까요?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한 해 근무를 마치는 순간 1년 동안 일한 대가로 연차가 생긴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지난달 30일 퇴직한 1년 계약직 근로자 A 씨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A 씨는 한 달 개근마다 1일씩, 총 11일의 연차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근무일에도 그는 출근해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이 경우 A 씨는 1년간의 근로를 마치는 동시에 15일의 연차를 추가로 얻게 됩니다. 이 15일은 1년 동안 일한 대가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A 씨는 퇴직했기 때문에 연차를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을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 만약 A 씨가 1년 동안 생긴 11일의 연차도 쓰지 못했다면 총 26일 치의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게 지금까지의 연차 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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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으로는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퇴직 후 최장 11일까지만 연차가 발생합니다. 연차수당 역시 최대 26일이 아닌 11일 치만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이 지금까지의 정부 해석을 뒤집는 판결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최근 한 노인요양시설 운영자가 정부 및 퇴사한 1년 계약직 근로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시죠. 대법원은 연차를 사용할 권리는 한 해 근무를 마친 날이 아니라, 그 ‘다음 날’에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1년 동안 일했다고 해서 무조건 연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 이듬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딱 1년 동안 일하고 퇴직한 A 씨에게는 연차 15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연차수당도 청구할 수 없게 되죠. A 씨가 ‘1년 1일’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해야만 예전처럼 26일의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계약 기간이 1년인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달 말에 만 3년 근무를 마치고 퇴사한 직장인 B 씨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전까지 고용부 해석대로라면 B 씨는 퇴직과 동시에 4년 차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16일의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B 씨는 이달 첫날에 하루 더 일해야만 이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고용부는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2005년 대법원은 “연차는 근로자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1년 근무를 다 마친 그 시점에 연차가 생긴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당시 대법원은 “연차를 취득한 후에 퇴직하더라도 연차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남는다”고도 했습니다. 그간 고용부가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6일의 연차를 인정한 것은 당시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고용부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분석한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한 해 근무를 마친 그 다음 날에 1년 치 연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정부 해석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직장인들도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021 노동잡학사전#계약직#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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