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연쇄 대출중단…“전세대출은 투기 아닌데 왜?” 실수요자 당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2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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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부 시중은행과 농·축협이 ‘대출 중단’ 카드를 꺼내 든 데는 금융당국이 1700조를 넘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어선 일부 은행에 강력한 대출 관리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고 없는 대출 중단에 돈을 빌려 전셋값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7.11% 증가했다. 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인 5~6%를 이미 넘어서자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 역시 증가율이 4%대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57%, 2.20%다.

금융권에서 은행들의 연이은 대출 중단으로 다른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수요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1~3월) 말 가계부채는 1765조 원으로 1년 전보다 9.5% 불어났다.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에도 10% 증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어 농협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함께 고삐를 죄고 있다. 지역 농협, 축협은 다음 주 중 아파트 집단대출 등 집단대출 신규 승인을 전면 중단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모집인 대출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제2금융권에서 60%로 적용되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자체적으로 40~50%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DSR을 낮추면 농·축협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은행권의 느닷없는 ‘연쇄 대출 중단’에 실수요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10월 이사를 앞두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고 했던 최모 씨(37)는 “다른 은행들마저 대출을 중단할까봐 불안하다”며 “전세자금대출은 투기 용도도 아닌데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한 청원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리스크와 기회를 판단해 자금을 운용할 자유가 있다. 무리하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그건 최소한의 범위에서 충분히 숙고된 조치여야 한다”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은 대출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가계대출 증가율도 낮거나 목표치 이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대출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갑자기 대출이 많이 늘어나면 한 동안 대출을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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