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정전 작년 9배 늘었는데…변압기 교체 꺼리는 입주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2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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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몰아친 지난달 전국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이 1년 전의 9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폭염이 겹쳐 정전사고가 늘었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허가에 영향을 주거나 관리비가 늘어날 수 있는 전력설비 교체를 꺼려 정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 1~28일 전국 아파트 정전은 199건이었다. 지난해 동기(22건) 대비 약 805% 늘었다. 2018, 2019년 7월엔 각각 70건, 34건이었다. 올 7월 정전 원인은 과부하로 인한 차단기 문제가 주를 이룬 ‘기타’ 항목이 143건으로 가장 많았다. 변압기 등 ‘기자재 불량’이 51건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아파트 정전이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와 폭염이 동시에 겹쳐 전기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재택 근무와 비대면 수업 등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7월 서울의 폭염일(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 수는 15일로 지난해 7월(0일)과 비교해 역대급 무더위였다. 최근 전기레인지(인덕션), 의류 관리 기기, 전기 건조기 등 새 형태의 가전제품 사용이 늘어난 점도 전력 수요가 증가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파트 정전 사고의 42%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오래된 아파트는 변압기 용량이 낮고 설비가 노후화돼 고장이 잦다. 이 때문에 올여름 ‘에어컨 홀짝제(홀수 층은 홀수 시간에, 짝수 층은 짝수 시간에 쓰는 방식)’까지 시행하는 노후 아파트가 생겨나기도 했다.

한전이 노후 변압기 교체 비용의 최대 80%를 지원하고 있지만 입주민들의 호응은 크지 않다. 입주민들이 변압기를 교체하거나 증설하면 재건축 허가를 못 받을까 봐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고시에는 전기 설비의 노후도가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변압기 등 설비 교체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라면서도 “아파트 재건축 규제가 워낙 심하니 입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판정을 받으려 불편을 감수하며 교체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입주민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정전 위험을 감수하는 측면도 있다. 설비를 교체하려면 관리비로 마련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써야 하는데 이보단 정전 발생 뒤 보험금을 받아 교체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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