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케이스’ 첫 판결 나왔다…‘전세 낀 집’ 매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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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4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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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2020.10.25. © News1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2020.10.25. © News1
새 전셋집을 알아보겠다는 세입자의 말을 믿고 실거주 용도로 집을 샀더라도, 소유권 이전 등기 이전에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연장하겠다고 말을 바꿀 경우 새 집주인은 집에 들어가 살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임차인의 갱신청구권 적용 범위를 판단한 첫 판결이다.

지난해 7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새 집주인의 거주권과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 줄곧 논란이 있었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전세 낀 집을 매매할 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지난 11일 새 집주인 A씨 등이 기존 임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전 집주인이던 C씨는 B씨와 2019년 2월부터 2년짜리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C씨는 전세계약 중 A씨에게 집을 팔기로 했고, 세입자 B씨에게는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샀으니 계약 연장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B씨도 새 전셋집을 알아보겠단 뜻을 밝혔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실거주가 가능하리라 판단해 지난해 8월 C씨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세입자 B씨가 이전 집주인 C씨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에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것이므로 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이나 가족이 실거주할 목적일 때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세입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시점이 문제가 됐다. A씨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 뒤인 11월에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는데, 그 전에 세입자 B씨가 기존 집주인 C씨에게 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종전 임대인이었던 C씨가 실제로 거주하는 것이 아니므로, A씨의 실제 거주를 이유로 B씨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려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 이전까지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법원도 국토부의 유권해석과 같이 판결을 내리면서 전세 낀 집을 거래할 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홍남기 케이스’가 거듭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 낀 집을 살 때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잘 살피고 거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경기도 의왕 아파트를 매각하려 했지만 거주 중이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의왕 아파트는 못 팔고 전세로 있던 마포 아파트는 집주인 실거주로 비워줘야하는 상황에 처하며 ‘전세 난민’ 처지가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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