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몸집 늘리기 속 상품-배송 차별화에 집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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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상자를 들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이커머스 시장의 격동기에 컬리는 신선식품 차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 제공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상자를 들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이커머스 시장의 격동기에 컬리는 신선식품 차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 제공
“온라인 쇼핑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은 커졌지만, 모든 이커머스 기업이 선택을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결국 차별화된 상품, 안전한 배송으로 신뢰받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추진과 이베이코리아 매각 등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격동 중이다. 국내 처음으로 새벽배송을 도입한 ‘마켓컬리’ 창업자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 합종연횡은 모두 몸집을 불리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라며 “이럴수록 차별화된 기업만이 살아남는 만큼 무리한 확장보다는 신선식품 차별화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창업 만 5년째인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냈다. 전년(약 430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서비스 첫해인 2015년(29억 원)에 비하면 345배 늘어난 수치다. 신선식품은 제품 선별과 수급, 배송이 모두 까다로워 아마존을 비롯한 이커머스 분야 ‘빅테크’들도 쉽사리 장악하지 못한 분야다. 이달 들어선 기존 물류센터 4곳을 합친 크기의 1.3배 규모인 김포 물류센터도 가동을 시작했다.

마켓컬리가 처음 시작했던 새벽배송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쿠팡(로켓프레쉬), 신세계(SSG닷컴) 등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보편적 서비스가 됐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이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데 반해 서비스 대상 지역인 수도권에서 마켓컬리의 ‘침투율’(전체 시장 소비자 대비 구매 소비자 비율)은 7% 정도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듯하지만 식품 시장만 놓고 보면 여전히 대형마트 매출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며 “온라인으로 새로 넘어올 향후 시장이 굉장히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덩치를 키우기 위해 판매 품목을 늘리는 데는 신중하다. “비슷한 이커머스 회사가 하나 더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기 때문이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비식품’은 물티슈, 생리대 등 극히 일부다. 그 대신 신선식품의 품질 관리에 훨씬 공을 들인다. 김 대표이사는 “신선식품 리테일(소매)은 브랜드 빌딩을 해야 하고 그 핵심은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가전제품이나 의류를 살 때는 삼성전자, 나이키 같은 제조사를 따지지만 상추 같은 신선식품은 산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디서’ 파는지를 보거든요. 대부분 유통기업들은 과일을 경쟁사보다 빨리 입고시키고 오랫동안 판매하려 하지만 마켓컬리는 가장 늦게 입고시키고 빨리 빼요. 최상의 제품만 판매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제품 품질 검수에 대한 규칙을 한 번 정하면 반드시 지키고, 이를 바꾸려면 치열한 사내 토론을 수반해야 한다. 그는 “이런 점에서 보면 빠르게 서비스나 상품을 내놓고 성과를 보며 개선해 나가는 일반적인 테크 기업의 운영방식과는 반대로 굉장히 보수적인 면이 있다”며 “어제 마켓컬리에서 산 식품과 오늘 산 식품의 맛이 달라지면 안 된다”고 했다.

매출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2019년 영업손실은 1000억 원(2019년 기준)에 이른다. 그는 “신선식품 직매입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서 지속적으로 투자해 판매단가를 낮추고 있다”며 “물류센터를 비롯한 투자에 따른 ‘계획적 적자’라며 상품 매입과 판매에서는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쇼핑몰#배송#차별화#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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