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0조로 커질 시장 잡아라’ 플라잉카 격전 스타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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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항공모빌리티, 기업들 잰걸음… 비행체 개발 등 연평균 30% 성장
보잉-에어버스 이어 車업계도 나서
이착륙 터미널-보험-통신 등 필요… 주변 인프라 파급효과 91% 예상

SK텔레콤과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구축을 추진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이착륙장 조감도.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과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구축을 추진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이착륙장 조감도. SK텔레콤 제공
‘하늘길을 차지하라.’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플라잉카’로 대표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이고 통신 및 정보기술(IT) 업체들도 ‘꿈의 이동수단’으로 불리는 플라잉카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UAM은 전기 동력 방식으로 수직 이착륙하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활용해 도심 등 근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통상 30∼50km 이동을 목표로 하며, 교통 체증을 해결하는 동시에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UAM 시장 성장에 대한 전망은 그야말로 장밋빛이다. 컨설팅사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2035년 이후 시장이 크게 성숙할 것이라는 의견은 일치한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글로벌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UAM 시장은 지난해 70억 달러(약 7조8400억 원)에서 2040년 1조4740억 달러(약 1651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30.7%에 이른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2030년 세계 UAM 이용자가 1200만 명에 이르며, 일본 도쿄(110만 명), 중국 상하이(100만 명)에 이어 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과 서울의 UAM 이용자가 7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 뛰어든 기업만 전 세계에서 200곳이 넘는다. 미국 보잉, 프랑스 에어버스 등 항공 기술을 보유한 항공업계는 물론 현대자동차,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미국 GM 등 대량생산 기술을 보유한 완성차 업체까지 진출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등 각국 정부도 나서 UAM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UAM을 육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내놓고 2030년 본격 상용화를 위해 민간과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 중에는 이동통신사도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AT&T가 우버와 손잡고 UAM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참여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초협력을 통해 교통 난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플라잉카’로 서울 경기권을 30분 내 이동하는 시대를 앞당기겠다”며 UAM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달 28일에는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등 4개 기관이 UAM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2025년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자동차·항공 업체는 물론 이통사들까지 UAM 시장에 도전하는 건 UAM 관련 인프라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UAM 시장은 비행체 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운항 관제, 자율주행, 이착륙 시설 등 인프라, 서비스와 보험까지 종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전략컨설팅집현을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40년 UAM 시장에서 비행체 비중은 9%에 불과하며 오히려 서비스(75%)와 인프라(16%) 비중이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K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 등을 이용한 지상과 비행체의 통신 체계는 물론 탑승 예약과 육상 교통과의 환승 서비스도 제공하는 교통 플랫폼 구축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전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를 분사하며 UAM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KT도 지난해 현대차, 현대건설, 인천국제공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인항공기 관제 및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고도 3만 피트(약 9144m) 아래의 모든 새로운 항공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현대차그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비행체 개발과 대량생산에서 이미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현대차는 최근 영국에 세계 최초로 조성되는 UAM 공항 건설에 참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지 모빌리티 업체 ‘어번에어포트’의 메인 파트너사로서 올해 말 잉글랜드 중부 거점도시 버밍엄 인근의 코번트리시 내 UAM 전용 공항인 ‘에어원’ 건설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항은 UAM을 비롯해 각종 물류·배송 드론 등이 뜨고 내리는 모빌리티 허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2024년 비행체 시제품을 선보인 뒤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쌓아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건혁 gun@donga.com·김도형 기자
#플라잉카#비행체#u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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